Partenkirchener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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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블로그 일기를 쓰지 않다가 다시 일기를 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왜인지 블로그를 펴도 다시 일기를 쓰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오늘 왠지 새벽에 눈이 떠졌고, 오랜만에 티를 한 통 샀고 (+ 티팟) 그 마음이 이내 너무 기뻐 왠지 평소라면 안 살 것 같았지만 정말 잘 보고 있는 '홍차' 책을 다시 뒤적뒤적이다 중고책을 한권 더 구입하고, 뭔지 모르게 마음이 충만하여 (아마 오늘 페이퍼 거의 억셉 소식), 약간 붕붕 뜬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

 

마지막 일기부터 오늘까지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 한 해 였다는게 믿기지 않지만 우리 가족에게 최대의 전환점이 된 해 였다. 2023.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십 수년 만에 한 해를 온전히 살아낸 해. 아직 한달 여 남짓 남았지만, 한달 후가 되면 우리가 한국에 정착한지 딱 일년이 되고, 이제 앞으로 계속 여기서 이렇게 살 게 될 거라는 마음이다. 정착했지만, 뭔가 내것같지 않았던 내 공간도 서서히 자리 잡혀가고, 잊혀졌던 나의 물건들도 서서히 하나씩 모아지고 있다. 어머님 집에서 가져오지 않았던 내 티팟도 다시 가져와야지. 내 책들도 다시 꽂아놔야겠다. 

 

오빠는 커피에 취미를 붙여서 덕분에 나도 늘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기쁘고, 오빠는 이제는 잘 마시지 않지만 나는 다시 티를 모아모아 새벽에나 아침에 조금 일찍 눈이 떠졌을 때 한잔 씩 즐기고 있다. 내가 준비하고 마실 수 있는 건 이정도. 그래도 이 집 어느 구석에 내 구역이 생겨 기쁘다. 왜인지 나는 녹차는 잘 못 마시겠고, 홍차만 마시는데, 가향도 조금씩 더 즐기게 되면서 알아갈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기쁘다. 다음에 티샵에 가면 우유를 넣어 마실 홍차를 구입해야지. 흐흐 (혹시 오빠도 이런 마음으로 오빠의 커피구역을 만들고 있는 걸까, 문득 든 생각).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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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939

D+50

 

오랜만에 쓰는 일기.

애가 둘이니까 시간이 진짜 엄청나게 빨리 간다. 하루가 그냥 밥 3번 먹고 애들 먹이다보면 끝나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제 둘째가 50일이나 되면서 제법 잘 자랐고, 큰애도 적응해서 둘째와도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할머니의 역할이 너무나도 크고, 내가 둘째때문에 바쁠 때 할머니가 늘 아이가 소외되지 않게 돌봐줬는데 (내가 둘째를 안고 바쁠 때, 우리 큰 애가 하는 말: 어 여기 사람이 하나 없네, OO이를 안아줄 사람이 하나 없네. 하면 할머니가 달려가서 안아줬다..), 할머니가 한국으로 가신 다음에는 어떻게될지 모르겠다. 그때도 무슨 수가 있겠지..

 

둘째가 태어나자마자는 큰 애가 질투 폭발이라서 그게 무척 힘들었다. 매번 큰 애 눈치보기도 힘들고, 입을 삐쭉 내밀고 삐져있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안 좋았다. 이 애도 아직 애긴데... 큰 애를 봐도 짠하고, 오빠 등살에 엄마한테 제대로 안겨있지도 못하는 둘째도 짠했다. 큰애랑 놀아주는데에 온 힘을 썼더니 한 1,2주 부터는 마음을 좀 풀어줘서 그 다음에는 다같이 적응해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큰애도 새로 태어난 동생이 좋은지 자주 손 잡아주고 안아주고 귀여워해주는데,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이 꽉 차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둘이라서 참 좋다는 생각이 그때마다 들곤한다. 

 

둘째는 정말 순둥순둥 잘 자라고 있다. 여우같은 딸래미가 순둥이 오빠를 잡으면 어쩌나 했는데, 여우는 우리 큰 애가 여우였고, 아직까지 둘째는 참 순하다. 그래서 그게 참 마음이 짠해.. 둘째도 역시 모유수유에 실패하면서 나는 내 애를 내 젖으로 한번도 배불리 먹여본적이 없는 엄마가 되었다. 이 기억은 엄마로서 상당히 트라우마 인데, 내 애가 굶주려 빽빽 우는 걸 감당해야 했고, 나는 분유가 없는 시대에 태어나서 아이를 낳았다면 내 애가 다 자라지 못하는 걸 봐야 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오싹하고, 갑자기 전쟁이 나서 슈퍼가 닫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애가 이유식 시작할 때 까지 해야한다. 실제로 큰 애때 코로나 록다운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사재기를 시작했는데, 난 정말 그때 너무 무서워서 분유 사재기를 시작했었다. 전쟁나서 피난가면 분유를 다 짊어지고 가야하나, 뜨거운 물을 어떻게 조달하지 이런 상상을 늘 하곤했다 물론 지금도 (실제로 유럽땅에 전쟁이 있는 중이라..). 그래서 그런지 모유수유에 대한 대화는 늘상 내 마음을 찌르르 아프게 한다. 

 

그동안 큰애 어린이집이 들쑥날쑥 했다. 여기는 9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아이들이 몇 왔는데 (적응기간이라 엄마들도 반에 들어와있고), 우리 큰 애가 그렇게 반에 사람들이 바뀌는데 예민한 아이라.. 가면 그렇게 중간에 울었단다. 한동안은 애를 데릴러 갈 때 마다 축 쳐져서 힘없는 아이를 데려왔는데 그게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 그렇게 위안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등원 한 시간도 안돼서 데릴러 가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왜 인지 애가 계속 울고 소파에만 누워있었다고 애가 아프다고 데려가라고 했다. 우리 생각엔 그날이 우리 주말 여행 한 바로 다음 날 월요일이라 아이가 집을 너무 그리워하고, 여행이 너무 좋았어서 상대적으로 부모랑 떨어지기 더 힘들었나보다..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애가 육체적으로 아프다고 열도 없는데 코로나 일 수도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못 오게 했다. 코로나 테스트 결과 음성이었고,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보내겠다 했더니, 오늘 음성이 내일 양성일 수도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못 오게 했다 (그러면 매일 모두가 테스트를 하던가..) 나는 진짜 너무 분하고 열받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하지만(코로나라는게 또 확신할 수가 없기는 하지만), 너희가 지금 힘든 상황인 걸 이해하니(선생님들 병가로 부족, 새 아이들 적응기간) 하루 더 집에서 보고 보내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히려 나에게 요즘 아이가 좀 힘들어하고, 우리도 좀 힘든 상황이니 양해를 구한다고 집에서 하루 더 봐달라고 (내가 육아휴직 중이므로) 하면 흔쾌히 들어줬을 텐데, 애가 증상이 없는데 코로나 타령을 한다는게 너무 열받았다(이 반에 최근에 케이스가 있었다는 사실이 있긴 했지만). 너무 열받아서 하루 종일 부들부들 하다가, 퇴근한 남편에게 쏟아내고는 또 엉엉 울었다. 난 이 어린이집이랑 커뮤니케이션 할 때 마다 왜이렇게 힘든지... 남편이 나에게 한 말. 너랑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없는 주제가 딱 두개 있는데, 그게 모유수유랑 어린이집 이란다. 그 두개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잠깐 보냈다 요즘. 이제는 우리 애도 새로운 애들에게 적응 잘 해서 어린이집 생활도 다시 편안하고 신나게 잘 하고 있다. 

 

지금 방금 지원서를 하나 접수했다.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다시금 한국에 엄청나게 가고 싶어졌다. 한국에 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애가 둘이되니 정말 집이랑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졌다. 지금 지원하는 곳이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대한민국 땅이니 뭐든 낫겠지 싶었다. 여기 지원할 마음을 다잡기 위해 4개월 동안이나 연락이 없는 전에 지원한 곳에 연락을 해봤더니 역시 긍정적인 답은 아니었고 또 공고를 낼테니 해봐도 된다고 했지만, 내 마음이 그쪽으로 가지질 않았다. 일주일 동안 계속 생각해보니 지금 지원할 곳도 어쩌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이 사람 저 사람 연락해서 얘기도 좀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 내내 지원서가 머리속에 계속 떠다니니 육아에도 집중이 안되고 좀 멍한채로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지금 논문 수정 데드라인이 열흘 앞이라... 얼른 지원서를 쓰고 논문을 수정해야하는데.. 지원서 쓰느라 손을 전혀 안댔다. 요즘 다 자면 둘째애를 내 가슴팍에 얹어놓고 컴퓨터를 하는데, 그렇게 밤에 몇 번 더 해야할 것 같다.

 

참, 둘째는 아직 누워서 잘 못잔다. 게다가 자다가 깨서 자주 울면 큰 애가 깰거고, 그러면 큰 애 기분이 안좋아서 엄청 울고 징징댈거라... 아예 시도도 잘 못하고 있다. 그래도 애가 기특하게 통잠으로 가려는지 밤에는 몇 시 이후에는 진짜 잘 안 마시고 잠을 잔다. 눕혀서 안잔다는게 문제지만... 안아주거나 세워서 가슴팍에 눕혀야 잔다. 그래서 밤 마다 나, 남편, 우리 엄마가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고있다. 애를 내 가슴팍에 눕혀놓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서 자기도 하고, 졸고 그런다. 셋다 잠이 부족해서 이곳저곳 몸이 고장나기 시작했고, 엄마는 잇몸질환을, 남편은 약간 몸살기를 겪고 있다. 모두들 지금 건강을 챙겨야 한다. 누구 하나 아프면 안 돌아가는 시스템... 아프지 마세요 제발. ㅠ

 

이제 열흘 더 논문 수정 열심히 하면 드디어 한국에 간다. 엄마를 보낼 준비가 안돼서 내가 따라가기로 했다 애 둘 데리고. 그리고 우리 둘째 백일잔치 하고 와야지. 얼른 다 끝나고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시간은 또 갈테니 내가 빌지 않아도 되겠지..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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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96

D+7

 

두 아이의 육아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상상한 우리 첫 아이는, 혹은 둘째 아이를 갖기로 했을 때 부터 걱정은, 아..우리 아들 순해서 둘째 여우같은 여동생한테 눌려살면 어쩌나. (금쪽이에 이런 사연이 가끔 있었음) 하는 걱정이었다. 왠지 친구 집에 가도 장난감을 뺏기기만 하는 것 같고, 그냥 줘서 갈등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동생을 기다릴 때도 어찌나 애틋하던지.. 이런 고민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역시 애는 애 였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질투의 화신일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모두 당황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일단 도착한 첫날 이후에는 내가 애기를 안아주거나 젖을 물리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다 떼어가던 쪽쪽이도 다시 찾고 굉장히 울적해 한다. 행동에 있어서도 과격해지고 굉장히 화를 많이 내고 짜증을 부려서.. 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어제 부터 나는 큰 아들 전담 육아를 하다가 심지어 젖을 물리는 것도 허락을 받고, 아기 울 때 달래주는 것도 허락을 받고 아이를 만나러 간다. 젖을 물리는 것도 마지못해 허락하고 나면 마음이 힘든지 쪽쪽이를 찾고 또 한참 짜증을 낸다. 아빠가 내가 큰 애 밥먹이는 동안 작은 아이를 보고 왔더니, 아이가 아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당황.. 그래서 낮 동안 주로 할머니가 아기 전담 마크로 기저귀도 갈고 분유수유를 하고, 내가 허락되는 한 모유수유를 하고 분유수유 해야 할 타이밍에 할머니에게 넘겨준다. 모유수유 하는 동안은 아빠나 할머니가 큰 애랑 열심히 놀아준다. 그래도 할머니가 어려워 하는 순간이 오면 (기저귀를 가는데 갑자기 똥을 싸서 옷을 다 갈아입혀야 한다던가, 배꼽관리 라던가 등, 내가 긴급호출이 되면) 아빠를 불러서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 오늘은 결국 본인도 젖병에 분유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안고 젖병에 분유를 먹였지..

 

이렇게 이틀 했더니, 내 몸은 좀 힘들었지만 (출산한지 아직 일주일도 안됐는데 바닥에 앉아서 아이랑 각종 놀이를 해야함), 그래도 아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첫 이틀 처럼 힘들어하진 않았고, 여전히 힘든 순간이 종종 오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기분이 아주 나쁘진 않아보였다. 엄마랑 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준 다음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엄마가 병원 가 있는 이틀 (고작 이틀이었다..) 동안 불안했을테고, 엄마가 계속 애기만 본다고 생각했을 거라 열심히 우리 아들이 최고다 해주고 있다. 

 

내일부터는 조금 전략을 바꿔서,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계속 큰 애 눈치만 볼 순 없기 때문에, 아기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개입을 시키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요즘도 애기를 만져보고 싶어하고 확 끌어안을 때 마다 가슴이 철렁하지만, 놀람을 숨기고 잘한다 잘한다 예쁘다를 해줘서 본인이 소외되지 않았다고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머니랑 나랑 그때마다 얼마나 가슴 졸이는지..

 

그래서 그런지 둘째 딸래미가 더 애틋해졌다. 이 애기는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태어났는지, 수유텀도 긴 편이고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이고), 수유하고 나면 잠도 잘 자고, 좀 눈 떠서 놀다가 또 자고, 밤에도 3-4시간 간격으로 먹으니, 12시에 먹여서 재우면 새벽 4시까지 잘 수 있다. 이런 축복스러운 육아가 어디있나...  큰 애 때는 시작이 정말 정말 힘들었어서 둘째 육아는 상대적으로 무리없이 가고 있다. 낮동안은 무슨 바람피는 사람 마냥 큰 애 눈치 보면서 둘째를 겨우 몇 번 안아보다가, 큰 애가 잠들고 난 후에 많이 안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속에서 나왔는데 왜 내가 안아보질 못하니... ㅠ 언제쯤 평화가 올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