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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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응급실에 다녀왔다. 하필 샌드위치 연휴라 주변 어린이병원이 다 문을 닫았고, 내가 다니는 병원에 가려고 했더니 거기도 환자가 많다고 전화는 안받고 자동응답으로 넘어가서.. 응급실에 전화해봤더니 와봐도 될 거 같다길래 다녀왔다.

 

어제는 정말 애가 토를 많이 했고, 열도 떨어지고 설사도 멈추고, 이제 구토도 안하나 보다~ 나 오늘 일 좀 해야지. 했더니 오늘 아침엔 얼굴이 엄청 빨갛게 홍조를 띄었다. 홍조가 새로운 변화였고, 왜 자꾸 뭔가 새로운게 추가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응급실은 우리가 상상한 도시의 응급실이랑은 조금 달랐고, 다행히 그렇게 많이 바쁘지는 않았다. 대기시간이 한시간이 넘었지만 그래도 거기 선생님이 어떤 사인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봐주신게 참 좋았다 (물론 굉장히 무뚝뚝하게).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 병원에서는 진짜 오래 기다려도 몇 분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진짜 오래 봐 주신 것 같다. 새롭게 생긴 병, 혹시 전조일까 의심했던 병은, '성홍열' 이라는 이름도 정말 생소한 병이었다. 햇살이가 며칠 전 부터 혀가 좀 까끌한지 입에 뭐가 있다는 말을 자주 했고, 얼굴이 벌겋고, 기저귀 라인에 빨갛게 뭐가 올라와서.. 이게 더 심해지고 혀에 백태가 끼다가 빨개지고 온 몸에 발진이 생기면 이제 이게 '성홍열'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전염병이란다.. 뜨악. 정말 어린이의 전염병 세계는 끝이 없구나... 생각하다가 돌아돌아 걸어서 애를 재우고 들어오는데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다. 결국 이번주는 일을 하루도 하지 못했군. 큰일이다. 생각에 마음이 참 급했고, 그래도 애가 아플 때 내가 집에서 있으면서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당연히.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남편도 꼭 병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동의), 그럼 나는 집에서 일 좀 할게 하는 말에 조금 야속했다. 물론 이 상황에 하나라도 더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둘다 가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 어차피 병원은 내가 주로 맡아서 해왔고, 나 혼자서도 다 케어가 가능하지만 왠지 그때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어버린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병원에 가보니 둘다 왔으면 이렇게 시간 낭비가 없었을거라 남편을 두고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났다. 휴. 내 노고를 더 인정해달라고 나는 나대로 생떼를 부렸고, 남편도 당연히 논게 아니고 애를 많이 보고 점심을 해놨기 때문에 억울해 했다. 

 

우리 둘다 애기가 아프면 힘들다. 애도 힘들도, 애 보기도 힘들도, 시간도 없으니까..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잘 해야지. 나도 잘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