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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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육아일기.

요즘 내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놀이터를 자주 안 데려갔었다. 워낙 좀 놀이터 가면 다른 엄마들도 봐야하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았던데다가 아이가 엄청 좋아하는 긴 미끄럼틀을 내가 태워줄 수가 없어서 그냥 좀 피했는데, 별 계획없이 나갔다가 놀이터까지 다녀왔다. 거기서 흥미로운 일이 있어서 잠깐 적어두려고..

 

이 동네에는 엄청 긴 미끄럼틀이 있는데, 나도 올라가면 무서운데 애는 오죽할까 싶었다 안그래도 겁도 많은 녀석이. 엄마는 진짜 10개월 막달 임산부라.. 엄마는 배에 애기가 있어서 같이 할 수가 없어. 라고 말했더니. 그럼 혼자 할거야. 하고 씩씩하게 올라갔다. 막상 올라갔는데 무서웠던지 엄마 와~ 엄마 같이 해~ 라고 계속 나를 불렀는데, 아니야 엄마는 할 수가 없어. 너무 무서우면 그냥 걸어내려오면 돼~ 다음에 아빠랑 같이 오자. 타고 내려올 수 있으면 엄마가 밑에서 받아줄게~ 하고 몇 분 얘기를 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려나? 아니면 무서움을 참고 내려오려나? 어쩌려고 그러지.. 밑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쿨하게, 그래 그러고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한번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려오는 것도 물론 큰 마음이고 응원해주고 싶지만, 뭔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스스로 돌아서 나오는 모습이 뭔가 뭉클해서 내려온 아이를 꼭 안아줬다. 돌아나오는 것도 정말 용기가 필요해. 막상 발 뺄 때를 아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실망했지, 다음에 애기 낳고 엄마가 꼭 같이 타줄게~ 했더니 아이도 기분좋게 응~ 해줘서, 마음이 내내 뭉클했다. 

 

오늘 사람이 없어서 혼자 놀이터를 전세놓고 놀고 있는데 한 8개월 정도 됐을까 싶은 아기가 놀러왔다. 우리 아이는 애기들을 너무 좋아해서 모래사장에서 같이 모래도 쌓고 웃어주고 너무 예쁘게 잘 놀았다. 그러다 또래로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왔는데, 우리 아이가 약간 긴장하는 것 같았다. 셋이 같이 모래 놀이를 했는데, 확실히 좀 더 긴장한 느낌 ? 그 아이도 장난감을 안갖고 나와서, 애기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 2개로 셋이 노는데, 확실히 우리 애는 뭔가 요구를 잘 안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난 우리 애 보다 눈치 더 많이 보는 여기 아이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혼자 또 외국인이라 눈치를 많이 보는건지, 아니면 애초에 타고난 성질이 눈치를 많이 보고 조심성이 많은건지 헷갈렸다. (남편 말로는 본인이 어릴 때 부터 눈치를 많이 보고 예민했다 함..) 눈치를 보고 상황 판단을 하는건지 같이 놀던 아기가 돌아갈 채비를 하자 빌려준 장난감을 돌려주고 쿨하게 돌아나왔다. 우리 아이는 관찰할 수록 눈치를 많이 보고, 예민하고, 똘똘한 아이인데.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줘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면서 잘 자랄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