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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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 유독 힘든 날이 있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애를 어떻게 해서든 문이 닫히기 전에 밀어넣고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오늘은 그냥 가지 말자' 소리가 목끝까지 나왔지만 그 말을 들으면 애가 정말 안갈거고, 그러면 결국에 오늘이 더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등원 준비를 해서 밀어넣었다. 애는 발랄하게 잘 들어갔고, 선생님도 잘 받아주셨지만 왜인지 오늘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휴지도 없고, 손수건도 없어 길에서 질질 짤수는 없었으니까 소매로 눈물을 빨리 닦아내고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돌아돌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다시 왔다. 

 

화요일 등원 후에 열이 많이 난다는 전화를 받고 애를 급하게 픽업 했는데, 열이 하루 사이 다시 내려서 다음날 아침에 데리고 갔더랬다. 어제 열이 났으니 48시간 동안 열이 안난다는 보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문전박대를 당해 당황 스러웠다. 물론 머리로 생각하면 타당하고, 이해도 되지만 눈앞에서 애와 같이 거부당하고 털레털레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다. 왜 힘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터라), 내 속에서 강하게 반발심이 드는 것을 경계했다. 이놈의 어린이집은 픽하면 데려가라고 전화오고, 안된다고 하고, 맨날 그런단 말야. 너무다 미워. 뭐라도 한마디 볼멘소리를 좀 톡 쏘아주고 왔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반발심으로 씩씩거리면서 집에 왔는데, 눈물이 막 날 거 같았다. 애도 있어서 울진 않았지만. 괜한 남편한테 그러게 내가 어제 보내지 말자니까. 톡 쏴붙였다. 다음날 저녁 육아 선배 언니들을 만나 정말 울뻔했어, 라고 말하니, 난 이미 울었어. 라고 다들 공감해줘서 마음이 조금 풀렸고, 남편이 다음날 또 내내 하루 맡아 애를 봐줘서 내가 내 일을 잘 해서, 마음이 또 좀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등원 준비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의욕없는 몸둥아리로 침대에서 애랑 같이 누워있다가, 아 이러다 진짜 못가겠다 싶을 때 쯤 힘들게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애는 아침은 안 먹고 (이미 늦어서), 우유만 한 잔 해서 혹시 또 아플지 몰라 선제적으로 약을 먹였는데, 먹기 싫다는 걸 억지로 먹였더니 (그 약이 조금 물컹거려..) 애는 그만 먹은 우유까지 다 토해냈다. 옷을 갈아입히고, 토 한걸 닦아내면서 '정말 오늘은 못하겠다' 생각하다가도 '아니지, 오늘 수정본 보내야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랬다. 늦으면 출입문을 잠궈버려서 빨리빨리 걸음을 재촉해서 들어가서는, (오늘따라 애도 좀 조용히 따라왔다, 내 기분이 안좋아서 그랬나..) 정말 마주하기 힘들거 같았던 선생님 얼굴을 애써 웃으면서 보고 인사도 잘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물이 엄청 나왔다. 오늘도 애가 아프다는 전화가 오면 정말정말 힘들거 같다. 그러게 보내질 말걸..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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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는게, 얼른 이 논문을 꼭 내야만 하니까... 

5월에 면접 본 데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남편과 나는 점점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래, 우리가 너무 들떴었지. 이럴거면 한국에서 마음편히 놀다가라도 오게 보질 말지. 싶다가도 그래 이게 또 다 경험이지. 그랬다. 또 육아휴직 들어가면 경력이 많이 비니까, 들어가기전에 논문을 좀 제출이라도 해놔야지.. 싶어 부지런을 더 떨어야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지나의 이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 너는 너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거네'. 그런가? 지금 이정도 하는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거지.. 더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뱃속에 아이는 잘 있는 것 같다. 태동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져서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다. 엊그제 큰애(ㅋ)가 자고 일어나서 아프고 힘들었는지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나한테 폭 안겨있었는데, 뱃속에 애도 뭘 아는지 엄청 열심히 차서 신기했다. 그래 우리 셋이 잘 해보자. 오늘로 임신 33주가 시작됐고, 지금 나와도 애가 살 수 있을 만큼 애는 많이 자랐다. 물론 절대 나오면 안돼 아직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오늘의 내 불안이 아마 임신 말기의 정서적 불안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들어 출산하는 꿈을 자주 꾸고, 손과 발이 저리기 일수다.

 

조금만 힘을내.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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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주말을 보냈다. 

요즘 남편도 나도 일을 많이 해야하지만, 둘다 일하기 싫어서 그런지 잘 놀러다닌다. ㅎㅎ

핑스턴 휴일이라 월요일까지 긴 주말동안 애랑 뭘 하면서 보내야 하나... 했는데, 산행도 하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걸어서 내려옴 - 9개월 만삭 임산부.. ), 친구들 만나서 놀이터도 큰 데 가보고, 캠핑장 가서 캠핑까지 했다. ㅎㅎ 3년 전에 가보고 처음 가봤는데, 애기랑 간 것도 참 좋았고 애기가 밤에 열이 좀 나서 걱정됐던 것 말고는.. 그럭저럭 다 잘 보내고 왔다. 우리가 지냈던 통나무통에 밤새 비가 내렸는데, 그 소리를 들었던 것도 참 좋았고, 오랜만에 아이패드, 컴퓨터 모두 안갖고 가서 자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체크하면서 남편이랑 오손도손 잠들때 까지 얘기 한 것도 참 좋았다. 아무것도 없으니 얘기나 하자 하고 '디휴' (디지털휴가 ㅋㅋ) 를 만들었는데, 2023년에 (일 외에) (현재 있는 곳에 있다는 가정하에) 뭘 하고 싶은지 얘기 한 것도 이런 일이 없으면 잘 꺼내지 않을 얘기 들이라 좋았다. 사실 지난 주에는 또 서로 힘들어서 좀 부딪히고 있는건가 싶어 걱정스러웠는데, 밤 하늘에 별을 보면서 누워서 얘기하진 못했지만, 빗소리를 들으면서 차 마시면서 얘기한 시간이 무척 좋았다. 흐흐 감사합니다.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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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은 만삭인가보다. 

몸이 그새 많이 무거워졌고, 그 간 살도 덜쪘다고 좋아했는데 (그래도 한 10키로 쪘지만..) 막달은 엄청 찌고 있다. 휴휴.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감기도 빡 걸리고, 몸이 여러모로 무겁다. 일주일 동안 소셜도 많고, 여행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더니 더 피곤했나보다. 그 만남이 모두 반가웠고 너무 좋았지만, 늘 체력을 요하다보니...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중.. 

 

이제 출산이 두달도 안남았다. 약 한달 후에 엄마가 오시니까 엄마 오시기 전에 일을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자꾸 처지는걸 어쩔 도리가 없다. 그 전에 논문 두개 내야하는데.. 초조하다. 거의 다 온거 같으면서도 먼거 같고. 원래 막판에 늘 이런 법이지.. 생각하면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갈 수 밖에 없다. 휴 우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