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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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육아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내가 상상한 우리 첫 아이는, 혹은 둘째 아이를 갖기로 했을 때 부터 걱정은, 아..우리 아들 순해서 둘째 여우같은 여동생한테 눌려살면 어쩌나. (금쪽이에 이런 사연이 가끔 있었음) 하는 걱정이었다. 왠지 친구 집에 가도 장난감을 뺏기기만 하는 것 같고, 그냥 줘서 갈등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동생을 기다릴 때도 어찌나 애틋하던지.. 이런 고민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역시 애는 애 였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질투의 화신일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모두 당황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일단 도착한 첫날 이후에는 내가 애기를 안아주거나 젖을 물리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다 떼어가던 쪽쪽이도 다시 찾고 굉장히 울적해 한다. 행동에 있어서도 과격해지고 굉장히 화를 많이 내고 짜증을 부려서.. 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어제 부터 나는 큰 아들 전담 육아를 하다가 심지어 젖을 물리는 것도 허락을 받고, 아기 울 때 달래주는 것도 허락을 받고 아이를 만나러 간다. 젖을 물리는 것도 마지못해 허락하고 나면 마음이 힘든지 쪽쪽이를 찾고 또 한참 짜증을 낸다. 아빠가 내가 큰 애 밥먹이는 동안 작은 아이를 보고 왔더니, 아이가 아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당황.. 그래서 낮 동안 주로 할머니가 아기 전담 마크로 기저귀도 갈고 분유수유를 하고, 내가 허락되는 한 모유수유를 하고 분유수유 해야 할 타이밍에 할머니에게 넘겨준다. 모유수유 하는 동안은 아빠나 할머니가 큰 애랑 열심히 놀아준다. 그래도 할머니가 어려워 하는 순간이 오면 (기저귀를 가는데 갑자기 똥을 싸서 옷을 다 갈아입혀야 한다던가, 배꼽관리 라던가 등, 내가 긴급호출이 되면) 아빠를 불러서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 오늘은 결국 본인도 젖병에 분유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내가 안고 젖병에 분유를 먹였지..

 

이렇게 이틀 했더니, 내 몸은 좀 힘들었지만 (출산한지 아직 일주일도 안됐는데 바닥에 앉아서 아이랑 각종 놀이를 해야함), 그래도 아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첫 이틀 처럼 힘들어하진 않았고, 여전히 힘든 순간이 종종 오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기분이 아주 나쁘진 않아보였다. 엄마랑 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준 다음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엄마가 병원 가 있는 이틀 (고작 이틀이었다..) 동안 불안했을테고, 엄마가 계속 애기만 본다고 생각했을 거라 열심히 우리 아들이 최고다 해주고 있다. 

 

내일부터는 조금 전략을 바꿔서,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계속 큰 애 눈치만 볼 순 없기 때문에, 아기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개입을 시키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요즘도 애기를 만져보고 싶어하고 확 끌어안을 때 마다 가슴이 철렁하지만, 놀람을 숨기고 잘한다 잘한다 예쁘다를 해줘서 본인이 소외되지 않았다고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머니랑 나랑 그때마다 얼마나 가슴 졸이는지..

 

그래서 그런지 둘째 딸래미가 더 애틋해졌다. 이 애기는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태어났는지, 수유텀도 긴 편이고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이고), 수유하고 나면 잠도 잘 자고, 좀 눈 떠서 놀다가 또 자고, 밤에도 3-4시간 간격으로 먹으니, 12시에 먹여서 재우면 새벽 4시까지 잘 수 있다. 이런 축복스러운 육아가 어디있나...  큰 애 때는 시작이 정말 정말 힘들었어서 둘째 육아는 상대적으로 무리없이 가고 있다. 낮동안은 무슨 바람피는 사람 마냥 큰 애 눈치 보면서 둘째를 겨우 몇 번 안아보다가, 큰 애가 잠들고 난 후에 많이 안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속에서 나왔는데 왜 내가 안아보질 못하니... ㅠ 언제쯤 평화가 올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