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아이가 너무 아팠다. 아니 온 가족이 너무 아팠다.
사실 남편은 저번주 부터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서 오프라인 회의도 다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목소리가 안나와서 그마저도 줄였었다. 그래도 딱 보기에도 상태가 안좋아서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이유를 남편의 봄 알러지 + 사하라사막 바람 (먼지 알러지) + 계절성 감기로 봤었다. 남편이 워낙 면쓰(면역쓰레기) 라서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해주고 잠을 좀 자게 해준다고 했는데도, 일 땜에 무리하는 일이 여럿 있었고,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봐야하는지 기침도 많았고, 암튼 일주일 내내 마음을 좀 졸였는데, 주말부터는 애가 아프기 시작했다. 애 증상도 남편과 거의 비슷했다. 코가 꽉 막혔고, 가래가 나오고 그러니까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기가 일수고, 먹는게 좀 불편해졌다. 그러다가 화요일-수요일은 열이 많이 올라서 어린이집에 안보냈다. 열이 최대 39.5도까지 올라가니까 무서웠다. 해열제를 계속 주고 물을 많이 먹이고 했더니? 열은 다행히 1.5일 정도만에 잡혔다. 그리고는 컨디션이 좋아진 듯 해서 어린이집에 갔는데...
수족구 인 것 같다고 했다. 좀 일찍 픽업 하러 오라는 전화를 (나는 보스랑 회의 중이라 핸드폰을 두고 가서 못받고), 남편이 받아서 애를 데려왔는데, 선생님이 몸에 반점이 많이 생겼다고 말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더 얘기를 못 나눴다고 해서.. 어린이집에 전화해보니 아빠한테 다 전달이 됐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며, 아이가 수족구가 의심된다고 했다. 수족구? 그게 뭐지? 그 반에 이미 수족구가 돌고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수-Hand, 족-Fuß, 구-Mund 병 'Hand-Fuß-Mund' 병이 '수족구'라고 바로 연결이 안됐고, 또 워낙 코로나 땜에 증상증상 Symptom 에 예민해져 있던 터라, 앞에 병명은 제대로 안보고 '증상이 있으면 보내지 마라'는 말만 보고는 우리는 코로나도 이미 다 겪었는걸.. 하고 넘겨짚어버린게 문제였다. 심지어 다시 보려고 안내문을 사진도 찍어왔는데... 되짚어보니 이상했던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열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토하진 않았었는데 (나는 꽉 막힌 코와 가래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애가 다리가 간지럽다며 긁어서 피가 막 터졌는데 나는 소독약으로 소독을 해주고 상처 약을 발라줬었다. 그나마도 오늘 다른 접종 땜에 병원 약속이 원래 있었던 터라 그때 한번에 물어봐야지.. 하고 병원에 미리 연락을 안했다. 애가 무지간지러웠는지 나만보면, '엄마 간지러' 라고 아주 똑똑히 얘기를 해줬는데도, '응 엄마가 약 발라줄게' 하면 아이는 '응~' 하고 말을 잘 들었다. 아이가 시그널을 많이 줬는데 내가 못 알아차린 게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알아차리고도 무시한건가.. 암튼 코로나 검사만 집에서 맨날 하고, 아니길래 그냥 감기인가보다 했지, 그런 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족구라는 병명을 듣고, 많이 찾아보니 생각보다 위험하기도 하고 또 가벼울 수도 있고 아리송했다. 게다가 항상 임산부가 위험하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어제 통화에 어린이집 선생님도 계속 임산부인 너가 위험하다고 했다. 안그래도 나도 이번주 부터 코가 꽉 막혀 정자로 누워서는 잘 수가 없었고, 목소리가 완전히 나갔다.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지 다른 병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 자려고 누우니 갑자기 입안에 입병이 많이 난 것 같았다. 실제로도 많이 났다 (피곤해서 라고 생각했지.. 화요일에 치과 스케일링 받을 때 아무 말이 없었고 그때는 입병도 없었는지..). 병원 진찰을 받기 전이라 너무 무서웠다. 아이는 계속 힘들게 자는 것 같고, 나도 입병이 막 돋아나고.. 뱃속에 아이는 괜찮은지 모르겠고(바로 전달 정밀초음파로 아무 이상없음이 확인 됐지만), 오빠는 계속 기침과 가래로 힘들어했다. 자려고 누워서는 '오빠 무서워' 그랬더니 오빠가 손을 꼭 잡아줘서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괜찮아 우리 전염병 한두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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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아이가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 일찍으로 병원 약속을 잡아놔서 계란찜 해서 밥 주고 (드디어 회복했는지 밥을 무지하게 잘 먹음), 부랴부랴 뛰어가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이 다리를 보시고는 아이고.. 하시더니 긁어서 옆으로 다 감염이 된 것 같다고.. 항생제크림을 처방해주셨다. 그러고는 입주위, 손, 발에 난 물집들을 보여주시면서 이런게 수족구 라고.. 이게 다 없어져야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근데 열도 다 끝났고, 이제는 밥도 잘 먹는다고 하고, 폐도 괜찮고 (숨쉬는거 힘들었음), 목도 조금 부었었지만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아이는 컨디션이 좋아졌지만 아직 수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만 했다. 어른은 원래 면역이 세서 잘 안걸리는데, 면쓰인 우리남편과 임산부인 내가 걸린 것 같다고 했더니.. 만삭이면 조산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렇게 임신 안정기이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태반으로 전달돼서 태아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너는 그냥 티 많이 마시고 코 답답하면 코세척 정도만 해. 라고 해서 크게 안심 됐다. 아이도 이제 알맞은 크림을 처방받아 왔으니 다리도 덜 간지럽겠지..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 병원의 특징이, 약간 오빠의 불만?이기도 한데, 다 괜찮다고 한다..ㅋㅋ)
다음달에 한국에 가려고 남편과 내가 둘다 마음이 조급해져 있었다. 가기 전까지 끝내고 싶은 일이 많아서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어린이집에 못 갈것 같은 시그널들을 적당히 '아니야 이정도면 괜찮은데' 하고 갔나보다. 열이 나는 건 우리 애한테도 너무 힘든 일이라 못 보냈지만, 전염병에 무지했고, 코로나가 아닌 다른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아이가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해서 못 보냈다고 하니, 요즘 환절기라 애들 다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아 해서, 그래 우리도 그런 건줄만 알았다. 다른 웬만한건 다 예방접종으로 됐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코로나도 이미 걸렸다 나았는 걸... 휴.. 방심했더니 문제가 커졌지.. 게다가 어린이집 방 문앞에 붙어있는 안내문도 제대로 못봤다. '오빠 우리 한국에 살아서 한국어로 전달 받았으면 제대로 대처 했을까?' 괜히 속상해서 만약에 만약에만 늘어놓았다. 엄마의 무지가 원망스럽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이제는 순리대로 해야지 싶으면서도 내 일 일정을 포기할까봐 걱정된다. 막 몰아부치던 참이었는데.... 이제 뭔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이제 2주 밖에 안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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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 둘째가 딸이라는 확정을 받았다. 그동안 둘째는 어떤 아이일 까 많이 궁금했다. 아들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고, 딸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자매라 애들한테는 늘 동성이 좋다는 편견?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어쨌든 첫 애가 우연히 아들이 나왔으니 그럼 동생도 남동생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세상에 뭘 같이 내놓은 형제, 자매들은 많고, 스토리도 많지만, 남매가 뭘 했다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악뮤?). 남매는 그냥 각자 크고 각자도생이다 싶었다. 그래서 남동생을 낳아 형제가 끈끈하게 뭔가를 같이 해나가는 걸 보고싶은 욕심이 있었나보다 (아마 우주형제 때문에..). 여행을 둘이 다녀도 동성이 편하고, 뭔가 같이 하는 친구 같은 가족은 역시 동성이 좋다. 근데 또 큰애가 아들이다 보니 둘째가 아들이면 사사건건 비교되지 않을 까 걱정이 되었다. 아주 다른 독립체가 태어나야 하는 건 아닐 까. 그래서 딸이 되어서 전혀 다르게, 각각 외동딸, 외동아들 처럼 키워야겠다. 그런 마음도 생겨버린 것 같다. 나중에는 아 몰라- 내가 결정할 수도 없는데 왜 이러고 있어.. 생각을 덮었는데 '딸' 이라고 했다. 모두들 엄청 축하해주셨고, 역시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각각 딸1아들1 키우는 연구소 동료 언니들로 부터 환영을 많이 받았다. 그래 뭐 이제 끝났는데 어쩌겠어(사실 진작 끝난 얘기였지 이제 알게된 것 뿐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예쁘게, 둘이 끈끈하게 잘 키워봐야지.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우리 아빠가 맨날 했던 말대로), 애가 나한테 어떨까, 내가 딸이 필요해, 보다는 둘이 어떻게 잘 지낼 까, 둘이 어떻게 어울려서 끈끈하게 지낼까 생각만 난다. 어떻게 잘 닦아줘야 둘이 평생 잘 지낼 수 있을 까 싶다. (그래도 종종 주변에 동성이어도 안보고 사는 집도 많더라... 동성이라고 꼭 다 잘 지내는 것도 아닌만큼, 이성이라고 꼭 멀리 지내란 법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