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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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공고는 한달 전에 봤지만, 역시나 삼일 전에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집에 있는 일과들이 새롭지 않아졌다. 뭔가 이것이 점점 디폴트가 되어가는 느낌. 하루종일 집에있다보니 별로 할 말도 없다. 내 생각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은 이 생각으로 그냥 내 논문으로만 생각이 갇혀서 다른 걸 별로 신경쓰고 싶지가 않은 마음도 있다. 

어제는 잠자기 전에, 만약 인터뷰 까지 가게 되어서 내 박사과정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대체 뭘 발표해야하지? 누군가에게 내 박사과정을 어떻게 요약해야할까? 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정말 막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두번째, 세번째 연구 모두 결과가 없고,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하기에는 끝나간다고 말해야하는 것과 모순되는 것 같아서, 정말 하나도 진행이 되지 않은 것 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난 3년 간 대체 뭘 했는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잠을 설쳤다. 과연 나는 지원을 해도 되는 것인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오히려 엄청 드넓은 망망대해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아직 파도는 없고, 아주 잔잔한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배에 혼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나는 이미 혼자인데, 계속 더 혼자이길 요구받는 기분이 든다.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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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잘 살아내자. 

일이 많은 8월이다. 7월에 잘 못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잘 한 달이 없다. 계속 지지부진하게 움직이고 있긴하지만, 어느 달 하나 마음에 들게 끝맺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당연히 내 잘못이지.. 

휴가철인 7월-8월은 내가 휴가를 가지 않아도 (아마 그 때문에?!) 쳐진다. 텅 비어버린 공간에서. 올 여름은 왜이렇게 흐리고 잦은 비가 오는지.. 천둥번개도 많이 치고, 하루종일 계속 비가 오는 상황이 많다. 이번주도 내내 비소식. 


진지와 지침속에서 줄타기하면서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논문과 졸업이라는 정말 큰 덩어리 일을, 정말 또 터무니없이 감이 없는 큰 시간을 주고 해결하라고 하니 아마 그 규모와 시간에 압도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짧게짧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은 그래도 하는 것 보면, 아마도 이런 긴 호흡에 압도되어 매일매일 티가 나지 않는 상황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왜냐면 그렇지 않고서는 힘들 이유가 없으니까. 원하는 곳에서, 원했던 공부를, 100% 자유로 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왜 내가 힘들어하는지, 뭐가 대체 힘든건지 나도 날 이해할 수 없어서 그게 또 힘들고. 무한반복이었다. 정말 힘들이유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도. 

그냥, 압도되었다, 가볍게 생각하지 못하고, 한걸음 걷는걸 너무 힘들어했다, 이정도로 어제 밤에 다시 정리했다. 박사과정 내내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다. 압도된다. 무섭다는 것. 


연구자니, 과학을 하니, 이런 거창한 것 말고, 나는 나를 박사공부가 끝날때 까지는 작가로 생각하기로 했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 그러니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 막 써야해서 쓰는 작가들이 많다고 하는데, 내 글은 종류가 다를 뿐이지만, 사실 글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점점 더.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챕터들이 그렇게 터무니 없이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글을 써야하니까. 드문드문 무엇으로 챕터 1을 채울 까, 자료를 보이면 그냥 한 줄씩 모으고 있다. 다른 작업들, 분석을 하고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역시나, 내 글을 좀 더 의미있고, 말이 되게끔 하는 자료정리의 과정 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그러니까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글쟁이. 작가. 이작가. 


누군가 그랬었다. 끝날 때 되니까 드디어 내가 그동안 뭘 해왔는지 알겠더라고. 그래서 끝날 때가 가장 좋았다고.. 

그럴 것이야. 나도 잘 끝낼것이야. 기쁘게.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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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요즘 동네가 정말 한산하다. 학기가 끝나서 학생들이 모두 집에 간 것 같고, 여름 휴가 철이라 있던 사람들도 모두 자리를 비운 느낌이다. 아침에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아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내나 싶어 막막한 기분이 든다. 소리가 없이 조용한 곳에서 눈을 떴을 때 더 혼자 인 것 같은 느낌. 그럴때면 장윤주 노래를 종종 들었다. 혼자여서 자유로워서 너무 좋아~ 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이것도 분명 좋은 일이야. 암암 자신을 타이르 듯 그랬다. 근데 난 이제 이런 적막이 싫은데, 어쩌지. 한 때는 많은 소리를 힘들어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적막을 힘들어 한다. 어떻게 다시 좋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까. 사무실도, 집도 고요하기만 하다. 그 적막이 너무 숨막힌다. 적막을 깨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만드는 일 등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춘천에 있을 때 모닝 라디오가 참 좋았는데, 왠지 잘 안된다 여기에서는. 


사실 이것도 웃긴다. 내가 여기서 똑같은 생활을/똑같은 집에서 지금 3년 넘게 하고 있는데, 왜 요즘 와서야 그렇게 숨막혀 하는 걸까 대체.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일은 더디다. 계획세운 마일스톤들이 역시나 밀려버렸다. 이렇게 무의미한 계획을 자꾸만 세우는 것 같아 그것또한 답답하다. 정말 끝나기나 할 까 이 생활이. 언제쯤 마지막 글쓰기만 남기고, 정리할 타이밍이 올 까. 나는 그때 정말 힘을 내서 잘 할 수 있는데, 이 끝이 없는 데이터 가공이 정말 지친다. 이 고요한 여름이, 그 갑갑함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름 처럼 해도 길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때에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갇혀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누구는 하루에 열시간은 해야 졸업한다던데, 난 다섯시간은 하는지 모르겠다. 휴.. 


여름밤에 어울리는 영화 보면서,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둔 화이트 와인이나 한잔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다 알콜중독 삘.. 


내일은 나가서 지원서를 써야겠다. 얼른 써서 수정하고, 고치고, 의견도 받고 해야해. 이번엔 정말 훌륭한 지원서를 만들어야 한다. 

꼭 그렇게 할거야. 



그리고 오늘부로 목표도 생겼잖아?!

10년 후 뉴욕 정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