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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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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대화.

의미를 알고 하는 대화인지는 가끔 헷갈리지만 요즘 아이와의 대화가 수월하다. 유치원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오늘 우리 애기 뭐하고 놀았어? 하면 빠방, 책, 같은 얘기를 해주고, 누구랑 놀았어? 하면 니코, 일라이, 이사벨,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이 아이들과 정말 잘 노는건지, 그냥 발음하기 좋은 이름인지는 알수 없지만 유치원 도착해서 가끔 일라이, 니코랑 등원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만나게 되면 엄청 반가운 눈을 하고 보는게 아 우리아이가 저 친구들을 좋아하나보다 싶어 나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신발장에 붙어있는 아이들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하나라도 더 물어보지.. 오늘은 엘레나랑 놀았어? 하고.. 

 

육아에 어려운 지점들이 여럿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본인 침대에서 혼자 자는 걸 싫어하고, 엄마 아빠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했는데, 남편이 얼마전부터 애기 침대에 애기 인형들을 모두 끌어모아 배 놀이 (햇살이가 선장이 돼서 친구들을 모두 태우고 노는 이야기?), 기차 놀이를 해주고 부터는 부쩍 본인 침대를 좋아한다. 오늘 우리 애기는 어디에서 자고 싶어? 했더니 본인 집에서 친구들하고 자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 위치를 손수 하나씩 정하고, 토토로는 여기, 테디는 여기, 홍학이는 여기, 수림이는 여기 다 늘어놓더니 최애 멍멍이와 하리보곰을 양손에 딱 끼고 누웠다. (으이구 귀여워 +_+). '엄마도 여기' 하길래 엄마는 옆에서 손 잡아줄게 하고 누워서 토닥토닥 해줬더니 안심했다. 오늘은 달록이 얘기 할 까 유치원 얘기 할까 했더니 '유치원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달록이 얘기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손님' 책 얘긴데, 내가 둘째 낳고 싶은 욕심에 한국에서 사온 책이다 (ㅋㅋ), 그 책을 너무 좋아하고 너무 많이 읽어서 안보고도 술술 외울 정도 인데, 물론 아이도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라 자려고 누워서 그 책 이야기를 줄줄 하다보면 어느새 잠든다. 암튼 오늘은 유치원 얘기를 했는데, 오늘도 일라이랑 놀았어? 그랬더니 아니. 라고 해서 일라이 안왔어? 했더니 '안왔어' 라길래. 그렇구나. 그럼 누구랑 놀았을까 우리 애기. 파울. 이라고 했다. 아 오늘은 파울이랑 놀았어? 응. 뭐하고 놀았어? 빠방이. 아 빠방이 타고 파울이랑 같이 놀았어? 응. 재밌었겠다~ 재밌었어? 응. 힘들진 않았어? 안힘들어. ㅎ 그러더니 뭐가 생각났는지, 토끼 밖에. 라고 얘기해서 아 토끼가 밖에 있었어? 응. 이사벨 토끼같이. 아 이사벨이랑 토끼랑 밖에서 놀았어? 응. 우와 너무 좋았겠다~ 재밌었어. 단답형 대화였지만 참 따뜻했다. 그리고 점점 말수가 없어지길래 달록이 얘기를 끝으로 잠에 들었다. 휴. ㅎㅎ

 

낮에는 부쩍 말을 길게 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앉아서 안고 토닥토닥 해줬더니, 엄마 일어나서 안아줘. 라고 똑똑히 말했다. 어어 그래 엄마가 일어나서 안아줄게. 파스타 먹고 싶어. 어 그래그래 파스타 해줄게. 우유랑 같이. 아 그래 우유랑 파스타 같이 먹고싶어? 응. 본인 의사가 뚜렷하다. 훗 귀여운것.

 

치카치카가 그 다음으로 내가 힘들어 했던 건데 얼마전에 치과에 검진을 가서 선생님이랑 '이--', '아--'를 연습하고 와서는 내내 '이--', '아--'를 잘 한다 정말. 칫솔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을 두고 어떤걸로 하고 싶어 하면 오늘은 파란색 이었다. 보통 가장 새거로 하고 싶어 한다. 엄마가 하는거 보면서 칫솔질을 막 따라하다가 마무리는 엄마가 해주는데, 이-- 하면 이도 잘하고, 아--하면 아도 잘해서 요즘 치카치카는 정말 수월하다. 휴. 이제 다음 고비는 쪽쪽이, 기저귀 떼기. 이 두개는 벌써부터 생각만해도 너무 두려운데... 이건 내가 두려운 거겠지. 치과선생님의 추천으로 책을 한권 사왔으니.. 일단 해봐야지. 오늘 그 책을 읽어줬다. 다 큰 아이가 계속 쪽쪽이를 물고 다니는데, 어느날 꿈속에 요정님이 나타나서 '나는 다 큰 아이들의 쪽쪽이를 모아~ 너도 나에게 주면 선물을 줄게' 한다. 그럼 아이는 '난 아직 더 필요한데, 혹시 다음에 또 와줄수 있어?', '그럼 물론이지' 라고 해서 아이가 좀 생각해보고 유치원에서 조금씩 자기 가방에 넣어놓고 덜 쓰다가 '요정님한테 이제 줄게' 하고 반납하고 곰인형을 받은 이야기... 나도 요즘 쪽쪽이 빠이빠이 하면 선물을 준다고 각인을 시켰더니 아이가 조금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책을 읽고는 우리도 요정님한테 줄까? 했더니 아니 란다. 아직 아니구나. 응. ㅎ그래 그럼 생각해봐~ 하고 조금씩 스며들기 하는 중.. 휴.. ㅎ 이거 두개도 치카치카랑 침대가 해결된 것 처럼 자연스럽게 되겠지? 응? ㅎ 그래도 즐겁다.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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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여행은 정말 아름다웠다.

남편이 99% 기획 & 실행한 이번 여행은 나는 그냥 거의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모든게 마치 다 그렇게 계획된 것 처럼 착착 잘 맞았고, 날씨도 너무 좋았고, 아이도 즐겁고 모두가 행복했다 :-)

 

아이가 기차를 너무 좋아해서 우리는 침대기차를 태워주자 생각을 오래 했는데, 지금 시국에 국경을 건너 다른 나라로 가기가 조금 부담스러워서 독일 남부 끝에서 북쪽 끝으로 가는 여정을 택했다. 함부르크. 우리는 산속에 있으니까 오랜만에 항구 처럼 탁 트인 것을 보고 싶기도 했고, 그냥 침대기차 타고 밤새 갈 만한 곳이 몇군데 없어서 금방 좁혀졌다. ㅎ 게다가 프라이빗 룸으로 우리끼리 지낼 수 있어서 기차 타도 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우리 부부가 한 3년 전에 침대기차로 이탈리아 여행을 한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아이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무척 신기해하고, 2층 침대를 올라가서 놀면서 즐거워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지 않고, 창밖도 잘 보고 있고, 잠도 그럭저럭 자서 모두 행복한 여행이었다 물론 내가 감기에 제대로 걸려서 왔긴 했지만.. 갈때는 밤 11시에 출발해서 아침 8시에 도착, 올때는 8시반에 출발해서 아침 7시 반에 도착하는 일정 ㅎ

 

함부륵은 날씨가 안좋기로 유명하다던데 우리가 있었던 2일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사실상 3박 2일 여행이지만 기차에서 2박을 하고 호텔에서 하루 자고 이틀을 풀로 노는 코스 였기 때문에 고생하지 말자 싶어 평소 예약하는 호텔보다 조금 돈을 더 주고 위치도 아주 편하고, 시설도 좋아보이는 곳으로 했는데, 막상 가보니 5성급에다가 오래되고 유명한 호텔이었어서 지내는 내내 감동하면서 1박을 했다. (역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 내돈내산 부자 놀이 ㅋ) 우리가 그동안 가본 곳 중에 제일 좋다고 감탄하며 중간중간 들어와서 잘 쉬었다. 뭐가 좋았냐 한다면, 입구에서 짐을 맡기고 찾아주고 하는 것에서 부터, 방에 애기 침대 뿐 아니라 기저귀 대가 모든 물품과 함께 비치 돼 있었다는 게 감동..  

 

기차역에 아침일찍 도착해서 그냥 짐이라도 맡길 까 싶어 호텔에 일찍 가봤는데 당연히 짐도 맡아주고, 원래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방이 정리되는 대로 연락준다고 해서 두시간 정도 빨리 들어간 것도 좋았다. 그 주변에 놀거리가 많아서 우리는 호수에서 배 1시간 코스 타고 (날씨도 좋고 너무 아름다웠다..), 점심도 먹고, 조금 구경하면서 산책하니 금방 체크인 시간이 돼서 기차에서 못 씻어서 샤워도 다시 하고, 애기 낮잠도 자고 편안하게 오후 일정을 했다. 

 

오후에는 남편이 전날 예약해 둔 미니어쳐분더란트에 갔는데, 각 테마별로 엄청 미니미니하게 똑같이 꾸며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테마란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등등). 게다가 애가 기차를 좋아하니까... 모든 곳에 기차며, 차며 장난감 만한 것들이 오밀조밀 전시 돼 있는 것이 애기도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간이 좀 좁았고, 사람이 많아서 아주 편하게 뛰어다니지는 못하는 편. 우리가 1월에 이미 코로나에 걸렸으니 좀 편하게 다니는데, 코로나에 안걸렸다면 이런 공간이면 백방 걸리겠다.. 생각했다;; ㅎㅎ 저녁에 애기 유모차에 재워서 둘이 호텔 바에서 뭐라도 한잔 할까 싶었지만 둘다 뻗어서 아침에 일어났다;; 아쉽.

 

둘째날은 어제 잘 못본 항구를 가보기로 했다. 항구에 유명한 필하모니하우스가 있다고 해서 그 주변 산책 하다가 되면 거기도 들어가볼까 두루뭉실 계획을 하고 갔는데, 우연히 만난 식당에서 햇살 받으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마침 우리가 10분만 기다리면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어서 전망대도 올라가고, 애기 책도 사고 풍경도 보고 좋았다. 날씨가 좋으니 모든게 다 좋았다. 전망대에서 실컷 놀아서 아이는 내려오자마자 낮잠에 빠졌고, 우리둘이는 뭐할까 좀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갔다. 커피숍이라도 갈까. 우리가 버스를 타고 내린 역 바로 앞에 미술관이 있었는데 마침 전시가 애기들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애도 자니 다른 전시를 보든 미술관 카페를 가든 하자 하고 들어간 그 곳이 또 정말 좋았다. 미술관은 애기 낳기 전에 가보고 정말 오랜만이라 자는 애를 태우고 유모차를 끌면서 살살 다닌 것도 참 좋았고 (깰까봐 조마조마), 애가 한참을 안 깨서 미술관 카페에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 하면서 시간 보낸 것도 참 좋았다. 그때 쯤 애기가 깨서 애기 전시 하나 보여주고 작은 기념품 하나 사고 미술관 문 닫을 시간이 돼서 나왔다. 그러고 저녁먹고 집에 오는 기차 타고 돌아온 여행.

 

나름 일이라도 뭘 해볼까 싶어 둘다 노트북도 가져갔는데, 일은 뭐... 요즘 지원서 데드라인도 있고 나름 일로 생각이 복잡했는데 주말 내내 하나도 생각 안하고, 내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아이랑 여행 다니는게 생각보다 즐겁다. 물론 아이에 맞춰서 많은 일정을 짜지만 그것도 참 좋다. 아이가 좋아하면 나도 더 좋고, 왠지 혼자서 잘 안해봤을 법한 것도 더 하게되는 것도 있고. 이번에 우리 둘다 아 정말 좋다- 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특별히 스트레스가 없었어... 둘째가 나오면 또 한동안 이런 여행은 힘들테니까 우리 햇살이 데리고 많이 다녀야지. 둘째가 있으면 또 다른 형태로 여행이 바뀌겠지만 그럼 그때는 햇살이도 더 의젓해 있으려나? 

 

물론 돌아오자마자 일도 많고 다시 스트레스가 생기고 있지만, 이렇게 또 주말 여행을 소소히 계획하면서 잘 지내봐야겠다 ㅎㅎ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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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원서는 못 냈다.

주말 내내 두팀을 치르느라 너무 피곤 했고, 생각보다 쓸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어서 급하게 마무리 해서 내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이번 공고는 엄청 딱 특정전공만 뽑는게 아니었어서.. 이런 두루뭉실한 공고는 꽤 자주 나오니까... 이번에 못냈으니 다음에 더 준비해서 내야지. 이런 생각이 들어 마지막에 포기했다. 왠지 이 자리가 앞으로 절대 나올거 같지 않았다면 나도 다소 무리 했을 수도 있지만, 또 나올 수도 있지뭐.. 하면서 그냥 잤다. 휴. 그래도 최근에 이렇게 마지막에 포기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터라 조금 얼떨떨 했다. 그동안은 좀 어떻게 해서든 밀어넣었는데.. 이렇게 또 한번의 기회를 날려도 되는걸까? 아니야 지원서를 내는게 더 기회를 날리는거 였겠지? 이 자리가 또 나올 수도 있는데 준비를 잘 해야지 이렇게 날리면 다시 지원 할 수도 없어. 하면서 내적 고민을 좀 했다. 남편이 걱정이 됐는지 사무실에서 전화를 줘서.. 그래도 마음이 좀 좋았다. 다음에 더 잘 해서 내자. 응응.

 

보스와의 금요일 회의가 조금 안정적이었어서 이번 논문에 조금 자신이 생겼다. 그래그래, 이번 논문 금방 낼 수 있을 거야. 진짜 어둡고 깜깜했는데, 남편이 얼른 회의를 잡으라고 코치해주고 막판에 꽤 땡겨줘서 잘 됐다. 본인이 맨날 내 매니저를 자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여러가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 뭐야. 내가 남편 매니저 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정말 내 매니저였네. 

 

끙. 

어쨌든, 하고 있는 일을 잘 하면 되겠지.. 그러면 기회는 또 열릴거야. 그때 기회를 꼭 잡아야 해.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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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우리 햇살이 두살 생일을 맞아 미니 머핀을 잔뜩 구워다가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도 하고, 카니발 주간이라 열심히 코스튬 입고 재미나게 논 주간. ㅎ 거기에 아빠는 일이 너무 많아서 밤샘을 밥먹듯이 하고 있으나 다행히 멘탈은 건강한 상태, 나는 오랜만에 보스와의 회의를 꽤 잘 넘긴 주간. 휴. 엄청난 주 였다. 이제 주말에 손님이 두팀 정도 올 예정이고, 월요일까지 지원서 하나를 마감해야하는 주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휴휴. 

 

어린이집 우리반 테마가 '정글북' 이었어서 입은 타이거 테마 코스튬. ㅎ

 

(이 일기는 생일 전날 좀 끄적이다 못 쓴 부분)

[들썩들썩 하다. 아 내일은 유치원에 보낼 머핀도 구워야 하고, 빵도 구워야하고, 과일도 준비해야하고 바쁜데.. 무척 부담스러우면서도. ㅎ 그래도 뭔가 마음은 꿈틀꿈틀 신이난다. 우리 아이가 그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도 참 감사하고, 내일 우리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서 환하게 신나게 웃으면서 놀고 있을 걸 생각하면 저절로 흐뭇하다. .ㅎ]

 

이렇게 걱정 했었는데, 다행히 머핀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는 구워졌고, 다른 아이들이야 어땠든 우리 애는 잘 먹었다. 옆집 아가들 와서 또 놀다가고, 옆집 정원가서 또 한참 뛰어놀다가 (그 집 정원에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음..), 선물을 엄청 많이 받고 너무나 행복했던 우리집 애기. ㅎ 

 

요즘 참 스윗하다. ㅎㅎ 요즘 기록하고 싶은 장면이 너무 많은데, 다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 걱정.. 

오늘도 등원 준비하면서 같이 아침 먹는데, 갑자기 사랑해~ 하면서 허그하는 시늉을 하더라 +_+ 엄마는 눈에 하트가 뿅뿅.. 아이고 엄마도 우리 애기 사랑해 하면서 꼭 안아줬다. 그렇게 또 밥먹다가 사랑해~ 응 엄마도 사랑해~ 왜이렇게 스윗한거니 우리아들. 

오랜만에 형님이랑 통화했는데 얘는 분명 아빠를 닮지 않은게 분명하다고 시댁에서는 늘 말한다고 한다. 우리집에 이렇게 방긋방긋 웃는 아이가 있었을리 없다...ㅋㅋㅋ 그러게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온거져? 말도 참 잘해서 문장 구사를 조금씩 하는데, 엄마 도와줘,는 기본이고, ㅇㅇ이가 엄마 도와줘 하면서 종종 나를 도와준다. 내가 뭘 들고가면 꼭 같이 듣다고 하고.. 근데 또 어떤 웹툰에서 그런 것 처럼 너무 칭찬을 많이 해주면 칭찬 받고 싶어서 눈치 볼 까봐 그것도 걱정..ㅋㅋ 참 아이들의 인격 형성은 어떤식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ㅎ

 

둘째 임신도 이제 꽤 안정되어서 태동도 꽤 느껴진다. 밖으로 느껴진다기 보다 안에서 꿈틀꿈틀. 

꼭 하나는 아빠를 닮을텐데 이 아이가 아빠 성격을 닮아서 나오려나, 벌써부터 다들 걱정.. ㅋㅋ (걱정마세요..ㅎ)

요즘 다시 좀 편안해졌다. 3월엔 일을 열심히 해서, 이 논문을 꼭 낼거야! 그리고 4월에 코스타리카 마무리 해서 내고, 다른 일들 좀 하다가 6월 중순 부터 육아휴직 들어가야지. 호호호 ㅎㅎ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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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을 잠잠히 보냈더니 2월은 폭풍일을 하며 보내고 있다. 내 폭풍일이야 뭐 잔잔한 수준이지만, 오빠가 요즘 피토하면서 일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급한거 얼른얼른 끝나서 숨통 좀 트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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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편이랑은 MBTI로 매일 재미나게 놀고 있다. 나는 ISFJ 이고, 남편은 INFP인데, 4개 중에 2개 다른게 생각보다 컸다. 그동안 우리의 대부분의 부부싸움이 여기에서 시작된거라고 재해석해보니 참 재밌었다. 같이 아는 주변인들의 타입도 둘이 추론해보고 (맞춰본적은 없지만), 우리 애는 어떨 까 얘기해보는 것도 재밌다. 

 

일단 그래도 4개 중에 2개는 맞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점도 있다. 둘다 내향적이고 (I). 감정에 치우친 스타일이라 (F) 놀 때나 영화나 책이나 작품들을 볼 때 상당히 죽이 잘 맞는다. 어쨌든 오빠가 잘 맞춰주니까 이건 내 생각이겠지만.. 여행지를 고를 때도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 여행을 가서 일정을 다 보내고 저녁에는 숙소에 들어와 그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래 내일은 저기 한번 더 보자' 얘기 하고, 다녀와서도 그 여행지가 그리울 땐 그 영화를 다시 보기도 하고 그런것들이 소소하게 참 즐겁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우리가 쌓아올린 어떤 경험이랄 까, 우리만 아는 둘만 공유하는 것들이 생긴 것 같아 참 특별하다. 피렌체가 그랬고, 시애틀이 그랬고, 비엔나가 그랬다. 하와이 신혼여행가서도 하와이 배경 영화를 하나 본 것이 참 기억에 남고, 밀라노는 아주 짧게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그때 봤던 영화는 무척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런 취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저런 성향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다른 점은.. 어디에서 짤막하게 본 요약으로는 S는 약간 '그러려니' 하는 성격이고, N은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 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자기 전에 별 생각을 안하고, 그냥 좀 놀다가 바로 잔다. 남편은 자기 전에 항상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어떤 원인에 내가 포함되면 (결혼초에는) 갑자기 자다 깨서 (내 기준), 버럭 화를 내곤 했다. 나는 자다가 이게 무슨 상황이야.. 깨서 뭔가 사과를 하고 또 다시 잠을 잤다. 또, 나는 J '계획적'인 타입이고, 남편은 P '즉흥적?' 이라고 하니 주말이 되면 (아기 태어나기 전), 나는 전날 부터 다음날 뭘로 하루를 시작할지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설레하면서 잠든다면, 남편은 내일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사실로 기쁘게 잠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나는 보통 주말 아침엔 남편이랑 브런치 카페도 가고 싶고, 아니면 집에서 카페처럼 브런치 해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면 늘 내가 먼저 일어나 남편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배고파 맛없는 라면을 하나 먹고 대책없이 11시에 일어난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곤 했다. 그 분은 그저 행복한 기분으로 일어났을 뿐인데.. 이제 뭐하지 막 생각하려던 참이었는데... ㅋ 또, 발표 준비를 하면 나는 일주일 전엔 대략적인 개요랑 슬라이드가 만들어졌고, 전날까지 디테일이나 소소한것만 바꾼다면, 오빠는 아침 9시 발표면 전날 밤 12시에 '아 이제 좀 해볼까' 시작한다. 전에는 그걸 보는게 너무 힘들었고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그럼 밤을 새니까 건강이 늘 염려되고,, 암튼 보고 있는게 너무 너무 힘들어서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 P들은 저런다더니 정말 저렇군'. 하는 식으로 이해가 돼서 난 다시 S 특성으로 '그러려니' 하고 편하게 잔다 (자기 합리화). 허허. 그래도 내가 본인만큼 생각많이 안하고 늘 그러려니 해주면서 계획적으로 먼저 챙겨줘서 두개가 다른게 훨씬 좋다고하니.. 나는 무슨 죄여. ㅎ  어쩐일인지 요즘엔 먼저 주말 계획을 세워주고, 예약도 본인이 해주고, 척척 계획인간이 되는 것 같아 신기하다. 고맙습니다. 부부라 비슷해지고 있는 부분도 생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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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를 써야하는데 이번건 유독 진도가 안나간다. 뭔가 의욕에 찼었는데 일을 위주로 하다보니 손이 잘 안가고 있다. 내 계획에 의하면 이번주에 1차 초고가 나와야 하고, 다음주에 수정에 수정을 거쳐 말일에 내는 것인데, 벌써 이번주가 절반가까이 오니 초조하다. 다음주에 유독 일이 많아.. 미팅도 있고, 애기 생일도 있고, 각종 병원 검사 등등이 몰려 있다. 휴. 다 할 수 있을 까. 오빠가 P 성격 따라오려고 그러냐고, 얼른 시작하라고 한다. 재미지네 성격유형검사. 뭔가 남편에 대해서 많은 걸 또 이해하게 됐다.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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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oi.org/10.1016/j.ecoser.2022.101411

 

Redirecting

 

linkinghub.elsevier.com

 

나왔다 페이퍼! ㅎ

어차피 일하는 똑같은 하루일 뿐이지만, 그래도 페이퍼가 딱 나온 그날 하루만큼은 정말 기분이 좋단 말이지. 흐흐흐 ㅎ

오랜만에 논문 리스트도 업데이트 하고. ㅎ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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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주변 대도시 뮌헨을 다녀왔다. 지난번 30분 아이와 함께한 기차여행으로 용기를 얻게 된 우리는 1시간 10분 거리의 대도시를 기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셋이 이렇게 기차로 멀리 가본것도 처음이고, 애가 잘 버텨줄 까 걱정도 됐고, 또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대도시에 간다고 하니 잔뜩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우리는 촌사람이 아닌가. 너무 티나지 않게 남편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새신발도 처음 개시했다. 

 

아침부터 힘들었다. 보통 6시반, 늦으면 7시에 일어나는 아이는 5시반에 기상했고, 출발 부터 이미 좀 피곤해 져 있었다 (9시기차), 같이 일어난 나도 피곤하고, 애도 피곤하고, 기차에서 좀 자고 일어나서 도착해서 잘 놀았음 했는데 역시 자기는 커녕.. 그 졸리는 눈을 비비고 계속 하이텐션을 유지했다. 재울 까 어쩔까 하다가 바로 우리가 가려던 박물관에 가서 한 2시간 실컷 뛰어다니고 잘 놀았다. 교통박물관? 같은 거 였는데,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기차, 버스, 마차 등등 탈 것들을 실컷 볼 수 있는 박물관이고 워낙 공간이 넓고 애들이 많이 와서 애가 뛰어다녀도 전혀 문제가 없어서 참 편했다 (모든 애들이 다 뛰어다니고 있다). 박물관을 나와서 100미터도 채 못 지나 애는 유모차에서 골아떨어졌고, 나랑 남편은 오랜만에 편안한 점심 식사를 했다. 마침 보고간 한식당이 그 근처라 편안하게 이동하고 식사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끝나고 시내 한복판으로 왔더니 정말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었다. 갑자기 바람은 매서워지고, 사람도 엄청 많고 날씨가 좋아서 유독 사람들이 많이 나왔는지.. 애는 점심을 못 먹고 잤으니 배고파서 조금씩 다시 하이텐션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 많은데서 자꾸 유모차에 내려서 뛴다고 난리난리, 잠깐 내렸다가 또 태우고. 지하철 타야해서 억지로 태웠는데 누가보면 아이 납치하는 줄 알았겠다.. 우리는 두번째 박물관이 너무 작아 유모차가 아예 못 들어간다는 안내문을 보고 바로 포기하고, 적당히 시내에서 사람구경하다가 집에 왔다. 커피는 시내에 분위기 좋은데서 마시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모든 커피숍에 줄이 너무 길어서 테이크아웃도 힘든 상황이어서 얼른 기차를 타고 녹초가 되어 왔다. 

 

일요일인 오늘은 다 같이 낮잠도 좀 길게자고, 집에서 밥 해먹고 편안하게 보냈다. 남편이 오후에 두시간 애를 데리고 나가줘서 나는 오랜만에 바스도 하고, 팩도 하고 편안하게 회복했다. 

 

이렇게 남편이 주말에 잘 놀아줘서 이 변화가 남편도 괜찮은지, 아니면 억지로 노력하는 건 아닌지 물었다. 주말에 일 시간 확보에 대한 의견은 우리 결혼 생활 내내 했던 얘기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던 부분이기도 했다. 남편은 일시간이 부족하니 주말에라도 꼭 쪼개서 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평일엔 애를 한명씩 보니, 주말엔 적어도 가족 전체 시간을 조금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적어도 산책 정도는 같이 가야 한다. 남편에게 왜 바꼈냐고 물으니, 막상 주말에 일을 몇 시간 더 하면 그 죄책감? 때문에 평일에 더 봐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나는 나대로, 애는 애대로 주말에 못 푼게 있어서 평일 회복이 늦은 것 같다. 차라리 주말에 아예 셋이 잘 놀면 애도 체력적으로 소모가 커서 잘 자고, 나도 주말에 잘 쉬어서 평일에 별 불만이 없고, 본인도 마음에 부담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 변화가 고마우면서도 또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 셋이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면 좋겠다. 암튼 요즘은 이 주말 나들이가 무척 반갑고 고맙다. 다시 열심히 반년 살기. 2월에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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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업무 시간에 일기 쓰면 안되지만, 방친구가 일찍 퇴근을 해버렸고, 나도 점심 먹었더니 좀 배도 부르고 해서.. 쩝.

 

오늘 보스한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보스 얼굴은 진짜 몇 달 만에 봤는지 모르겠다. 온라인 미팅도 안한지 꽤 됐는데 거기다가 직접 얼굴보고 말하려니 처음엔 머리가 하얬다가 아 뭐, 어쩌라고, 마음을 다잡고 사실 드릴말씀이 있어서.. 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보스는 본인의 반평생을 교수로 산 사람이고, 본인이 직업적으로 일 한 기간 내내 교수만 해본 사람이라, 각종 스탭들에 대한 경험이 워낙 많을것이다.. 라는 믿음이 늘 있었기 때문에 그냥 말을 꺼냈다. 이번에도 굉장히 쿨 하게, 오 그래? 축하한다. 일정은 유연하게 생각해보면 되지뭐, 대신 지금 쓰는 논문 하나는 꼭 얼른 내자, 정도로 마무리 됐다. 휴. 이 논문도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하는 논문인데 요즘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 있고, 1년동안 노트필기한 것도 다시 곱씹으면서 마무리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보스가 던져준 일은 처음에 얼핏 보기에 매우 간단해 보이고 쉬워보이지만, 하면 할 수록 확신이 없어지는 일들 뿐이라.. 마음을 다잡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다음 미팅도 정해졌고, 그때까지 결과를 다 만들어가야하니까 잘 되니 안되니 신세한탄 할 시간도 없다. 이 논문을 최대한 빨리 내야한다. 그래 그래도 2년전에 낸 논문도 진짜 안될거 같은 논문이었으니까, 이것도 할 수 있을거야.. 암 그렇고 말고 ㅠ

 

다음 자리 지원할 거 하나 생겨서 그것까지 지원을 해보려고 한다. 이건 또 새로운 분야인데 내가 현재 속해있는 그룹의 관심과 잘 맞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서 어떻게 연결해봐야 하나 그게 좀 고민스럽다. 짬밥을 이용해 머리를 잘 굴려봐야지. 뭔가 퍼스펙티브가 좀 있으면 좋겠다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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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코로나가 폭풍같이 지나고 우리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처럼 아슬아슬 했다가 요즘은 또 너무 좋다. 코로나 기간동안 남편은 아 이제 애를 좀 밖으로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우리 남편은 지독한 I 성향으로 집에만 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 코로나 끝나자 마자 애기 마차 태워주고, 저번주는 토요일엔 개산책, 일요일엔 기차 여행으로 30분 정도 타고 옆동네 호수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놀이터에서 놀았다. 아이 낮잠시간을 무시하고 나갔는데, 애는 잘 놀다가 유모차에서 또 한시간 반 정도 잤더니 우리 둘이 산책할 시간도 생기고 참 따뜻하고 좋았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게 만족스러운 주말이었다. 어제는 드디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운동도 시작했는데, 몸이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운동해주니 참 좋았다. 남편은 요즘 마누라 취업 시키기 모드가 되어 자기가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애를 많이 봐주고, 할 수 있으면 어린이집 픽업도 해주고, 운동 시간도 주고 (운동 가 있는 동안 애를 혼자 씻기고 재우고), 운동 다녀오니 저녁도 차려주고 아주 몸둘바를 모르겠다. 내 일 일정도 체크해 주고, 지원서 쓰는 것도 지원해주고. 이쯤되면 스슬 불안해지는데.. 이 양반이 언제 나를 원망하려고 이렇게 시간을 많이 써주나.. 뭔가 엄청난게 터지려고 하나.. 그래도 지금은 이 변화를 감사히 여기고 즐기기로 했다. 감사해요. ㅎㅎ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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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좀 늘었다 보니 일기 횟수가 좀 늘었다. 아무래도 그냥 인터넷 하고 노는 것 보다 일기를 써야 마음을 다 잡고 뭘 시작하기 좋을 것 같아서.

 

요즘 자나깨나 먹는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 요걸 먹어볼까, 저걸 해먹어볼까, 맨날 먹는 생각이다. 심지어 먹는거로 꿈도 꾼다. 회가 무척이나 먹고 싶었던 나는 일식 코스를 먹는 꿈까지 꾸고... 암튼 남편은 요즘 식욕이 떨어져서 살이 2키로나 빠졌 다는데 나는 임신부라 그런가 먹는 타령이다. (그나저나 남편의 식욕부진이 매우 걱정.. 병인가..) 애기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 며칠전부터 먹고 싶었던 무생채 비빔밥이 다시 생각나 무척 먹고 싶었다. 아 얼른 해먹을까, 간단하게 그냥 고추장만 비벼먹을까, 아니야 아니지 그냥 무생채를 해 그거 뭐 10-20분이지 뭐 (걸어오는 내내 이 생각만 했다, 애는 입을 삐쭉 내밀고 울먹울먹 하면서 들어갔는데). 하고 집에와서 콜라비를 짤라 술술 버무려서 무생채를 뚝딱하고 밥을 고봉으로 두그릇이나 먹었다. 계란 후라이 넣고, 참기름에 약간 간장 추가해서 슥슥 비비니 뭐 이건 무한으로 들어가겠더라. 두 그릇 먹고 아 이러면 안되지 싶어 요거트로 입가심 하고, 커피 한잔 타서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 너무 배가 부르면 일을 시작 못하는 법. 또 한참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다 휴. 한심. 그래도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진짜 오랜만에 논문이 한편 나왔다. 휴, 진짜 얼마만이냐... 논문이 드디어 accept 됐습니다. 이 메일을 진짜 얼마만에 받아보는지 모르겠다. 한 2년 반만인거 같다 마지막 내 논문이 2019년 7월에 나갔으니까.. 20년엔 애 봤고, 21년에 복귀해서 이거 하나 간신히 냈다. 그래도 이 논문 진행하면서 배운게 많다. 이 논문 처음 시작했을 때 진짜 가볍게 털 생각으로 시작했다. 요즘 좀 다 모든 논문이 이런 마인드다, 얼른 끝내버리자. 그런데 논문이라는게 막상 시작하니 쉽게 털어지지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낸 첫 저널에서 리젝됐고, 그 여파로 20년 1년내내 이 논문을 서브밋도 못하고 있다가 육아휴직 복귀하면서 바로 다시 냈다. 3차까지 리뷰와 수정이 이어졌고 그럴때 마다 이 논문 원래도 안될 애 였는데 여기까지 왔나 싶어 좌절했지만, 처음엔 정말 가볍고 짧았던 논문이 이제 제법 괜찮은 논문이 돼 있었다. 물론 공저자들이 진짜 많이 했고 (특히 우리  박사때 교수님), 다들 열심히 물고 뜯고 고치고 완성되어 가는 모습에서 다시한번, 아 그래 이 맛에 논문 쓰지 싶어 좋았다. 점점 정교해지고, 맞아떨어지는 느낌. 논문 쓸 때만 나오는 그 뭔가 정교한 작업들이 무척 짜릿했다. 다시 논문 쓰는 재미를 준 것 같아 무척 감사한 논문이다. 이로써 내 박사 때 계획한 논문은 모두 나갔다. 박사기간 동안 한 프로젝트로 주저자 4편, 공저자 논문 2편을 내는 것으로 나의 프로젝트는 드디어 끝났다. 휴. 이게 안 나갔으면 정말 찜찜 했을텐데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새로운 연구도 제대로 더 해야하는데. 논문 쓸 때 마다 느끼지만 나는 아직 멀었고, 부족하다. 공저자들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 한계도 매번 느끼는 것 같아 진로에 있어 생각이 많아진다.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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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03

요즘 계속 힘들다, 우울하다 얘기만 적었는데, 요즘 애는 정말 예쁘다. 하트 뿅뿅 꿀 떨어지는 눈으로 맨날 보고 있다. +_+

애가 어린이집 다시 다니면서 활기를 찾은 우리집. 애는 아침마다 조금씩 쭈뼛대지만 막상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놀고 올 걸 알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걱정하진 않는다. 오늘도 빵 도시락도 싹 비우고, 잠도 잘 잤다고 하고 하니까.. 아무래도 아직 애기들이라 행동들이 거칠겠지만 (힘 제어 안됨), 우리 애는 무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눈치를 많이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잘 지내다 오는 것 같다. 쓰고보니 조금 짠하네..

 

암튼 요즘 말을 정~말 잘 하는데, 일단 말을 그대로 정말 잘 따라하고, 그리고 언제 들었는지 기억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쓰는거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예를들면, 가끔 입에 먹기 싫은게 들어가면 입을 바로 벌리고 '아 아' 라고 뱉을 의사를 표현하곤하는데 오늘은 콩을 집어 먹더니, '뱉어, 딱딱' 이러는거.. 딱딱해서 못 먹겠으니 뱉겠다. 이런식으로 의사소통이 요즘 말로 다 된다. 장난감 갖고 놀다가 뭐 잘 안되면 '엄마가 도와줄까?' 하고 해주곤 했는데, 자기가 하다가 안되면 '엄마 도와!' 라고 소리친다. ㅋ 그래서 '엄마 도와주세요' 라고 정정해주면 항상 그 '주세요'는 뭔가 수줍어 한다. ㅎㅎ 도와!주세요.. 하는 식으로. 장난감에 이름을 다 정해서, 트랙터 아저씨, 마차 아저씨, 경찰 아저씨 하나씩 불러가면서 노는것도 귀엽고, 기차놀이, 말놀이, 하면서 놀이놀이 하는 것도 귀엽다. 언제 이렇게 한국말이 늘었는지. 어린이집가서 독어는 잘 알아 듣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도 웃기다. 햇살이 여기, 엄마 여기, 이렇게 항상 자리를 정해주고, 이거 엄마가 할까?하면 아니 햇살이, 라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꼭 자기 이름을 댄다. 엄마 베게, 햇살이 베게, 아빠 베게 굴러다니면서 자는 것도 웃기고. ㅎ 암튼 요즘은 그냥 너무 예쁘다. 낮잠 재울때가 늘 힘들었는데, 요즘 매일 '안자'를 입에 달고 살아서..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고 오니까 나랑 씨름할 일 없어서 그것도 좋다. 2시쯤 집에 오면 간식 좀 먹고, 집에서 각종 장난감으로 놀다가, 짧게 장 보고 와서 저녁해먹고, 씻고 자면 되니까 그럭저럭 시간이 잘 가는 편. 애는 늘 예뻤지만 요즘 정말 예쁘다. 18-24개월 정말 예쁜 시기 +_+ ㅎ

 

사실 내가 이렇게 너무 '행복' 해서 오빠는 내가 일에서 성과나 욕심이 줄었다고 했다. 예전같은 독기 어린 욕심이나 목표의식이 좀 없다고 해야하나.. 박사 졸업 후 목표 의식이 좀 없어진 건 사실이다. 나는 박사과정때는 전도유망한 박사과정이었는데 (내 생각ㅋㅋ), 졸업도 적당히 잘 했고, 논문도 잘 나갔고, 졸업 전에 내가 원서 내서 면접까지 보고 취직도 했으니, 모든게 이렇게 창창하게 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신나게 일하고, 졸업한다음에 애기를 가졌는데, 그때당시 이제는 일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좀 강했던지 나는 육아휴직 내내 정말 행복하게 육아만 했다. 조금 일을 하긴 했는데 그것도 남편이 푸시 안 했으면 못했을 일. 그렇게 좀 쉬고, 일도 50%로 복귀해서 하다가 다시 임신을 했더니 이제는 초조하다. 아 나 어떻게 되는건가 이제.. 전도유망했던 나는 이제 평범인이 되는건가. 평범도 못하고 루저가 되는건가. 내일도 정밀초음파 보러 무려 기차를 타고 2시간이나 가야하는데 이렇게 자꾸 일을 빼먹어도 되는건가. 점점 초조한 마음이 들어 둘째 임신은 온전히 즐기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