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8
카테고리 없음아이와의 대화.
의미를 알고 하는 대화인지는 가끔 헷갈리지만 요즘 아이와의 대화가 수월하다. 유치원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오늘 우리 애기 뭐하고 놀았어? 하면 빠방, 책, 같은 얘기를 해주고, 누구랑 놀았어? 하면 니코, 일라이, 이사벨,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이 아이들과 정말 잘 노는건지, 그냥 발음하기 좋은 이름인지는 알수 없지만 유치원 도착해서 가끔 일라이, 니코랑 등원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만나게 되면 엄청 반가운 눈을 하고 보는게 아 우리아이가 저 친구들을 좋아하나보다 싶어 나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신발장에 붙어있는 아이들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하나라도 더 물어보지.. 오늘은 엘레나랑 놀았어? 하고..
육아에 어려운 지점들이 여럿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본인 침대에서 혼자 자는 걸 싫어하고, 엄마 아빠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했는데, 남편이 얼마전부터 애기 침대에 애기 인형들을 모두 끌어모아 배 놀이 (햇살이가 선장이 돼서 친구들을 모두 태우고 노는 이야기?), 기차 놀이를 해주고 부터는 부쩍 본인 침대를 좋아한다. 오늘 우리 애기는 어디에서 자고 싶어? 했더니 본인 집에서 친구들하고 자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 위치를 손수 하나씩 정하고, 토토로는 여기, 테디는 여기, 홍학이는 여기, 수림이는 여기 다 늘어놓더니 최애 멍멍이와 하리보곰을 양손에 딱 끼고 누웠다. (으이구 귀여워 +_+). '엄마도 여기' 하길래 엄마는 옆에서 손 잡아줄게 하고 누워서 토닥토닥 해줬더니 안심했다. 오늘은 달록이 얘기 할 까 유치원 얘기 할까 했더니 '유치원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달록이 얘기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손님' 책 얘긴데, 내가 둘째 낳고 싶은 욕심에 한국에서 사온 책이다 (ㅋㅋ), 그 책을 너무 좋아하고 너무 많이 읽어서 안보고도 술술 외울 정도 인데, 물론 아이도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라 자려고 누워서 그 책 이야기를 줄줄 하다보면 어느새 잠든다. 암튼 오늘은 유치원 얘기를 했는데, 오늘도 일라이랑 놀았어? 그랬더니 아니. 라고 해서 일라이 안왔어? 했더니 '안왔어' 라길래. 그렇구나. 그럼 누구랑 놀았을까 우리 애기. 파울. 이라고 했다. 아 오늘은 파울이랑 놀았어? 응. 뭐하고 놀았어? 빠방이. 아 빠방이 타고 파울이랑 같이 놀았어? 응. 재밌었겠다~ 재밌었어? 응. 힘들진 않았어? 안힘들어. ㅎ 그러더니 뭐가 생각났는지, 토끼 밖에. 라고 얘기해서 아 토끼가 밖에 있었어? 응. 이사벨 토끼같이. 아 이사벨이랑 토끼랑 밖에서 놀았어? 응. 우와 너무 좋았겠다~ 재밌었어. 단답형 대화였지만 참 따뜻했다. 그리고 점점 말수가 없어지길래 달록이 얘기를 끝으로 잠에 들었다. 휴. ㅎㅎ
낮에는 부쩍 말을 길게 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앉아서 안고 토닥토닥 해줬더니, 엄마 일어나서 안아줘. 라고 똑똑히 말했다. 어어 그래 엄마가 일어나서 안아줄게. 파스타 먹고 싶어. 어 그래그래 파스타 해줄게. 우유랑 같이. 아 그래 우유랑 파스타 같이 먹고싶어? 응. 본인 의사가 뚜렷하다. 훗 귀여운것.
치카치카가 그 다음으로 내가 힘들어 했던 건데 얼마전에 치과에 검진을 가서 선생님이랑 '이--', '아--'를 연습하고 와서는 내내 '이--', '아--'를 잘 한다 정말. 칫솔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을 두고 어떤걸로 하고 싶어 하면 오늘은 파란색 이었다. 보통 가장 새거로 하고 싶어 한다. 엄마가 하는거 보면서 칫솔질을 막 따라하다가 마무리는 엄마가 해주는데, 이-- 하면 이도 잘하고, 아--하면 아도 잘해서 요즘 치카치카는 정말 수월하다. 휴. 이제 다음 고비는 쪽쪽이, 기저귀 떼기. 이 두개는 벌써부터 생각만해도 너무 두려운데... 이건 내가 두려운 거겠지. 치과선생님의 추천으로 책을 한권 사왔으니.. 일단 해봐야지. 오늘 그 책을 읽어줬다. 다 큰 아이가 계속 쪽쪽이를 물고 다니는데, 어느날 꿈속에 요정님이 나타나서 '나는 다 큰 아이들의 쪽쪽이를 모아~ 너도 나에게 주면 선물을 줄게' 한다. 그럼 아이는 '난 아직 더 필요한데, 혹시 다음에 또 와줄수 있어?', '그럼 물론이지' 라고 해서 아이가 좀 생각해보고 유치원에서 조금씩 자기 가방에 넣어놓고 덜 쓰다가 '요정님한테 이제 줄게' 하고 반납하고 곰인형을 받은 이야기... 나도 요즘 쪽쪽이 빠이빠이 하면 선물을 준다고 각인을 시켰더니 아이가 조금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책을 읽고는 우리도 요정님한테 줄까? 했더니 아니 란다. 아직 아니구나. 응. ㅎ그래 그럼 생각해봐~ 하고 조금씩 스며들기 하는 중.. 휴.. ㅎ 이거 두개도 치카치카랑 침대가 해결된 것 처럼 자연스럽게 되겠지? 응? ㅎ 그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