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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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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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응급실에 다녀왔다. 하필 샌드위치 연휴라 주변 어린이병원이 다 문을 닫았고, 내가 다니는 병원에 가려고 했더니 거기도 환자가 많다고 전화는 안받고 자동응답으로 넘어가서.. 응급실에 전화해봤더니 와봐도 될 거 같다길래 다녀왔다.

 

어제는 정말 애가 토를 많이 했고, 열도 떨어지고 설사도 멈추고, 이제 구토도 안하나 보다~ 나 오늘 일 좀 해야지. 했더니 오늘 아침엔 얼굴이 엄청 빨갛게 홍조를 띄었다. 홍조가 새로운 변화였고, 왜 자꾸 뭔가 새로운게 추가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응급실은 우리가 상상한 도시의 응급실이랑은 조금 달랐고, 다행히 그렇게 많이 바쁘지는 않았다. 대기시간이 한시간이 넘었지만 그래도 거기 선생님이 어떤 사인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봐주신게 참 좋았다 (물론 굉장히 무뚝뚝하게).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 병원에서는 진짜 오래 기다려도 몇 분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진짜 오래 봐 주신 것 같다. 새롭게 생긴 병, 혹시 전조일까 의심했던 병은, '성홍열' 이라는 이름도 정말 생소한 병이었다. 햇살이가 며칠 전 부터 혀가 좀 까끌한지 입에 뭐가 있다는 말을 자주 했고, 얼굴이 벌겋고, 기저귀 라인에 빨갛게 뭐가 올라와서.. 이게 더 심해지고 혀에 백태가 끼다가 빨개지고 온 몸에 발진이 생기면 이제 이게 '성홍열'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전염병이란다.. 뜨악. 정말 어린이의 전염병 세계는 끝이 없구나... 생각하다가 돌아돌아 걸어서 애를 재우고 들어오는데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다. 결국 이번주는 일을 하루도 하지 못했군. 큰일이다. 생각에 마음이 참 급했고, 그래도 애가 아플 때 내가 집에서 있으면서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당연히.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남편도 꼭 병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동의), 그럼 나는 집에서 일 좀 할게 하는 말에 조금 야속했다. 물론 이 상황에 하나라도 더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둘다 가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 어차피 병원은 내가 주로 맡아서 해왔고, 나 혼자서도 다 케어가 가능하지만 왠지 그때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어버린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병원에 가보니 둘다 왔으면 이렇게 시간 낭비가 없었을거라 남편을 두고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났다. 휴. 내 노고를 더 인정해달라고 나는 나대로 생떼를 부렸고, 남편도 당연히 논게 아니고 애를 많이 보고 점심을 해놨기 때문에 억울해 했다. 

 

우리 둘다 애기가 아프면 힘들다. 애도 힘들도, 애 보기도 힘들도, 시간도 없으니까..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잘 해야지. 나도 잘 할게.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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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요일에 원고를 하나 보내놓고 아 이번주는 코멘트 기다리면서 다른일 좀 하면서 얼른 서브밋 준비해야지 했는데, 월요일 부터 아이가 장염에 걸려왔다. 진~~짜 어린이집 보내기 힘들다. 저번주에는 열나고 목염증이 와서 (코로나 테스트까지 하고- 물론 음성) 3일을 못보냈는데, 어린이집에서 옮아 왔는지 (요즘 여럿 케이스가 있었다고 함), 달랑 하루 갔는데 바로 장염에 걸려와서 이번주도 3일 공쳤다. 내일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설사만 좀 있고 애기 컨디션이 괜찮아서 그냥 노는 날인셈 이곳저곳 산책도 다니고 쏘다녔는데, 점점 아이 컨디션이 안좋아지더니 오늘 3일째 되니까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해서 빨래 세번 하고, 집에서 계속 안아주고, 탈수 되지 않게 적당히 물 끓여서 한모금씩 먹이고, 토하면 다시 닦이고, 옷 갈아입히고, 팔다리 주물러주고 계속 그렇게 보냈다. 보스는 그새 원고를 다 봐서 코멘트가 매일매일 날아왔는데 전혀 대응을 못했다. 휴. 밤에 좀 할라치면 어제는 자다가 토 할까봐 옆에서 같이 누워있었고, 이제는 토가 좀 멈춘 것 같아 비디오 켜놓고 가끔 들어가 보는 정도... 휴.. 어린이집 왜이렇게 가기가 힘드니. 올해 반도 못 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많이 아플 때 여기에 있으니 다행일 거야. 암암 그렇고 말고. 정신승리 중이다. 내 일만 좀 희생하면.. 회사에 얼굴 붉힐일도 없고, 매일매일 보고할 필요도 없고, 꽤 자유롭게 일하고 있으니까. 그래그래 이 시기를 여기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더 건강해져서 어린이집도 잘 다녔으면 좋겠다. 암암 다행이고 말고. 이렇게 정신승리 할 수 밖에 없다.. 밤이든 낮이든 짬이 날 때 마다 늦어지는 일들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게 참 걱정이다. 

 

아프지 말자 제발..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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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 유독 힘든 날이 있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애를 어떻게 해서든 문이 닫히기 전에 밀어넣고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오늘은 그냥 가지 말자' 소리가 목끝까지 나왔지만 그 말을 들으면 애가 정말 안갈거고, 그러면 결국에 오늘이 더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등원 준비를 해서 밀어넣었다. 애는 발랄하게 잘 들어갔고, 선생님도 잘 받아주셨지만 왜인지 오늘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휴지도 없고, 손수건도 없어 길에서 질질 짤수는 없었으니까 소매로 눈물을 빨리 닦아내고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돌아돌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다시 왔다. 

 

화요일 등원 후에 열이 많이 난다는 전화를 받고 애를 급하게 픽업 했는데, 열이 하루 사이 다시 내려서 다음날 아침에 데리고 갔더랬다. 어제 열이 났으니 48시간 동안 열이 안난다는 보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문전박대를 당해 당황 스러웠다. 물론 머리로 생각하면 타당하고, 이해도 되지만 눈앞에서 애와 같이 거부당하고 털레털레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다. 왜 힘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터라), 내 속에서 강하게 반발심이 드는 것을 경계했다. 이놈의 어린이집은 픽하면 데려가라고 전화오고, 안된다고 하고, 맨날 그런단 말야. 너무다 미워. 뭐라도 한마디 볼멘소리를 좀 톡 쏘아주고 왔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반발심으로 씩씩거리면서 집에 왔는데, 눈물이 막 날 거 같았다. 애도 있어서 울진 않았지만. 괜한 남편한테 그러게 내가 어제 보내지 말자니까. 톡 쏴붙였다. 다음날 저녁 육아 선배 언니들을 만나 정말 울뻔했어, 라고 말하니, 난 이미 울었어. 라고 다들 공감해줘서 마음이 조금 풀렸고, 남편이 다음날 또 내내 하루 맡아 애를 봐줘서 내가 내 일을 잘 해서, 마음이 또 좀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등원 준비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힘들었다.

 

의욕없는 몸둥아리로 침대에서 애랑 같이 누워있다가, 아 이러다 진짜 못가겠다 싶을 때 쯤 힘들게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애는 아침은 안 먹고 (이미 늦어서), 우유만 한 잔 해서 혹시 또 아플지 몰라 선제적으로 약을 먹였는데, 먹기 싫다는 걸 억지로 먹였더니 (그 약이 조금 물컹거려..) 애는 그만 먹은 우유까지 다 토해냈다. 옷을 갈아입히고, 토 한걸 닦아내면서 '정말 오늘은 못하겠다' 생각하다가도 '아니지, 오늘 수정본 보내야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랬다. 늦으면 출입문을 잠궈버려서 빨리빨리 걸음을 재촉해서 들어가서는, (오늘따라 애도 좀 조용히 따라왔다, 내 기분이 안좋아서 그랬나..) 정말 마주하기 힘들거 같았던 선생님 얼굴을 애써 웃으면서 보고 인사도 잘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물이 엄청 나왔다. 오늘도 애가 아프다는 전화가 오면 정말정말 힘들거 같다. 그러게 보내질 말걸..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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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치를 부릴 시간이 없는게, 얼른 이 논문을 꼭 내야만 하니까... 

5월에 면접 본 데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남편과 나는 점점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래, 우리가 너무 들떴었지. 이럴거면 한국에서 마음편히 놀다가라도 오게 보질 말지. 싶다가도 그래 이게 또 다 경험이지. 그랬다. 또 육아휴직 들어가면 경력이 많이 비니까, 들어가기전에 논문을 좀 제출이라도 해놔야지.. 싶어 부지런을 더 떨어야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지나의 이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 너는 너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거네'. 그런가? 지금 이정도 하는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거지.. 더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과 상관없이 뱃속에 아이는 잘 있는 것 같다. 태동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져서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다. 엊그제 큰애(ㅋ)가 자고 일어나서 아프고 힘들었는지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나한테 폭 안겨있었는데, 뱃속에 애도 뭘 아는지 엄청 열심히 차서 신기했다. 그래 우리 셋이 잘 해보자. 오늘로 임신 33주가 시작됐고, 지금 나와도 애가 살 수 있을 만큼 애는 많이 자랐다. 물론 절대 나오면 안돼 아직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오늘의 내 불안이 아마 임신 말기의 정서적 불안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들어 출산하는 꿈을 자주 꾸고, 손과 발이 저리기 일수다.

 

조금만 힘을내.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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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주말을 보냈다. 

요즘 남편도 나도 일을 많이 해야하지만, 둘다 일하기 싫어서 그런지 잘 놀러다닌다. ㅎㅎ

핑스턴 휴일이라 월요일까지 긴 주말동안 애랑 뭘 하면서 보내야 하나... 했는데, 산행도 하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걸어서 내려옴 - 9개월 만삭 임산부.. ), 친구들 만나서 놀이터도 큰 데 가보고, 캠핑장 가서 캠핑까지 했다. ㅎㅎ 3년 전에 가보고 처음 가봤는데, 애기랑 간 것도 참 좋았고 애기가 밤에 열이 좀 나서 걱정됐던 것 말고는.. 그럭저럭 다 잘 보내고 왔다. 우리가 지냈던 통나무통에 밤새 비가 내렸는데, 그 소리를 들었던 것도 참 좋았고, 오랜만에 아이패드, 컴퓨터 모두 안갖고 가서 자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체크하면서 남편이랑 오손도손 잠들때 까지 얘기 한 것도 참 좋았다. 아무것도 없으니 얘기나 하자 하고 '디휴' (디지털휴가 ㅋㅋ) 를 만들었는데, 2023년에 (일 외에) (현재 있는 곳에 있다는 가정하에) 뭘 하고 싶은지 얘기 한 것도 이런 일이 없으면 잘 꺼내지 않을 얘기 들이라 좋았다. 사실 지난 주에는 또 서로 힘들어서 좀 부딪히고 있는건가 싶어 걱정스러웠는데, 밤 하늘에 별을 보면서 누워서 얘기하진 못했지만, 빗소리를 들으면서 차 마시면서 얘기한 시간이 무척 좋았다. 흐흐 감사합니다.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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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은 만삭인가보다. 

몸이 그새 많이 무거워졌고, 그 간 살도 덜쪘다고 좋아했는데 (그래도 한 10키로 쪘지만..) 막달은 엄청 찌고 있다. 휴휴.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감기도 빡 걸리고, 몸이 여러모로 무겁다. 일주일 동안 소셜도 많고, 여행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더니 더 피곤했나보다. 그 만남이 모두 반가웠고 너무 좋았지만, 늘 체력을 요하다보니...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중.. 

 

이제 출산이 두달도 안남았다. 약 한달 후에 엄마가 오시니까 엄마 오시기 전에 일을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자꾸 처지는걸 어쩔 도리가 없다. 그 전에 논문 두개 내야하는데.. 초조하다. 거의 다 온거 같으면서도 먼거 같고. 원래 막판에 늘 이런 법이지.. 생각하면서.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갈 수 밖에 없다. 휴 우짜노.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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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달이 지났다. 

그간 한국도 다녀왔고, 아이도 건강해졌고, 어머님도 회복하셨고, 모두들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 

한국은 바빴고, 기대도 안하고 좀 포기하고 있었던 자리에서 세미나 제안을 해주셔서 한국에 있는 동안 그거 준비하느라 사실 제대로 뭘 놀지는 못했다. 처음 일주일은 어머님 건강을 살피느라 많이 못 다니다가 이제 좀 다녀볼까 생각했을 때 연락을 받았다. 반갑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오빠가 애를 내내 잘 맡아주고, 친정에서 주말에 애를 맡아서 몇 시간씩 시간을 내주신 덕분에 어째저째 잘 끝냈다. 휴. 이제는 결과만 기다리는 중.

 

한달이 지났는데, 엄청 뭔가 많이 달라진 기분이다. 나 스스로가 그렇고, 주변이 그렇다. 

일단 그렇게 구체적으로 깊은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세미나까지 하게 되면서 조금은 구체화?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물론 이러다 안될 수도 있고, 그럴 확률이 지금으로서는 더 높지만.. 

여기는 완연한 봄이 됐고, 사람들은 더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우리팀은 그새 인터뷰를 많이 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예정이다. 나도 그 인터뷰에 참여했었고.. 아이는 이제 놀라울 정도로 한국말을 잘 하고, 물론 아직 어린이집 갈 때 마다 울지만 가서는 금방 잘 논다는 걸 아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임신은 이제 3분기에 접어들어서 검사도 좀 많아지고 촘촘해 지고 있다. 한번만 한달 텀으로 더 간다음에는 2주 텀으로 간다니까.. 진짜 출산 임박 느낌이다. 큰일이다..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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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가 자주 짜증을 부리고 어린이집 등원도 싫어하고 아빠랑만 놀고 싶어 한다. 

저번주에 수족구가 있었고, 이번주에 장염이 있었어서 계속 몸이 안좋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동생이 생겨서 그러는건가 동생을 이제 너무 의식해 버려서 그러는 건가 싶어 짠하기도 하다. 기분이 좋아보이다가도 다운돼 보이고,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아이의 마음..  뭔가 적응?한다고 동생 얘기를 종종 꺼냈었는데 이제는 꺼내지 않고 있다. 그래 뭐 닥치면 너도 알겠지..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도 같고. 종종 스스로 애기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짜증을 많이 내고 안한다고 하는게 대부분인데, 이런 경험이 없었던 터라 우리 부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이게 발달의 한 과정이겠지 싶어 그냥 가다가도 혹시 정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머님 수술은 잘 끝났다고 연락을 받았다. 마취 풀리는게 오래 걸리네.. 생각했는데 다행히 오늘 어머님 일반병실 옮기셔서 짧게나마 비디오 통화도 하고, 얼굴 볼 수 있어서 안심했다. 어제 금요일 수술을 앞두고 오빠랑 나랑 둘다 목요일 내내 약간 긴장한 채로 말없이 하루종일 보냈고, 그래서 인지 하루종일 실수도 많고, 기분도 오락가락 하고 그랬다. 금요일은 내가 일이 많았어서 정신 없는 와중에 머리속 한켠에 연락이 언제오려나... 내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오빠가 진짜 힘들 때 자다가 잠꼬대를 할 때가 있는데 한국시간으로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목요일 밤/금요일 새벽에는 우리 둘이 두 손을 꼭 잡고 잠을 잤다. 제발.. 제발.. 하면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종양이 악성으로 보이지 않고, 어머님도 잘 깨어나신 것 같아 정말 큰 안심이다. 매번 큰 산을 넘고 계신 어머님.. 오래오래 사실거에요. 걱정마세요. 

 

어제는 우리팀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할 새 사람을 뽑는데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내가 반대편에서 면접을 본 건 처음이었고, 평가 받는 입장이 아니라 평가하는 반대편에 앉아있다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이제 뭔가 좀 더 시니어?가 된 느낌이 있었고, 책임감도 들고,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학교교육 처럼 연차가 올라간다고 다 실력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분발해야한다는 압박도 좀 있었다. 어제 밤에는 왜인지 뭔가 엄청 나보다 한참 시니어 인 분들 면접의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가서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꿈을 꿨다. 얼른 깨버리고 싶다. 

 

한국 갈 날이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피씨알의 관문을 잘 통과하고, 나랑 애기랑 표를 따로따로 끊었던 것이 잘 정리 되어서 비행기에 안착하기만 하면 된다. 피씨알 받고, 온라인 체크인 하고, 큐알 등록하고, 공항에 가는 이 과정만 남아있다. (아 그 전에 세무서 파일 업로드 꼭!) 냉장고 정리 때문에 장보는데, 요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고 (어떻게 하면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다 처리 하면서, 부족한 것만 조금씩 장을 볼 수 있을 까), 애가 짜증이 많고 힘들어해서 애랑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인데, 내가 때때로 초조한 것이 문제다. 논문의 초안을 다 작성해서 보내고 가려고 했는데, 핑계라면 핑계지만 애가 아파서 일에 지장이 많이 생겼지만.. 애가 안아팠으면 이걸 끝냈을 까 의심스럽긴하다. 여러가지 실망스럽다. 나에게. 

 

큰 기대를 안고 지원했던 자리는 최근에 없어졌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지만 왜인지 마음이 허전하고 그렇다. 기대를 많이 했어서 그랬는지.. 아직 더 해봐야 하는구나.. 언제 우리는 두발을 땅에 딱 붙이고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까. 우리말보다 여기 말을 더 많이 하는 아이를 보면 초조해 진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여기 말을 잘 못해서 어린이집이 더 힘든건 아닌가 걱정도 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니.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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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는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서 어린이집을 반밖에 못갔는데, 바로 장염에 걸려서 등원하고 돌아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 어쩐지 주말에 토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했는데 다행히 애가 탈수가 있거나 쳐지는 상태는 아니었고, 못 먹어도 조금씩은 먹고, 물도 마시는 상황이라 안심했는데, 토가 멈추고 별 일 없길래 어린이집에 갔더니, 그 후 하루 이틀 후에 설사가 시작됐다. 아마 바이러스 인지 뭔지가 위에 있다가 내려가서 장에 가 있나보다. 오늘 등원 30분 만에 전화가 와서 애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 데려가 달라고 연락을 받았고, 오늘이 한국 입국 전 유일한 나의 풀 워킹 데이라 나도 멘붕, 남편도 멘붕이었지만, 애는 데려와서 이참에 병원에도 가고 그럭저럭 시간이 또 갔다. 휴.

 

이제 입국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그 전까지 해야할일을 현실적으로 다시 따져보자.. 

행정 및 집안일: 애기 여권 연장 (하루만에 됨), 압박타이즈 찾기 (전화문의), 세무서 연말결산 파일 올리기 (관련 서류 사무실에서 가져오기), 백신 맞기 (나, 코로나 3차), 남편 약 처방 받기, 큐-코드 입력, 피씨알, 애기 백신 접종 (진드기 예방), 옆집 부활절 선물 챙기기, 라이프지히 친구 선물 보내기, 

일 일정: 디스커션 다 못써도 결과까지 다 정리해서 보내기 (월요일밤? 화요일 아침 이메일 목표), 면접 대상자들 질문 만들기 (금 인터뷰), 시애틀 원고 한번 보기 (화요일 아침) 

수요일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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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국을 일주일 앞두고, 어머님 몸에서 종양이 발견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 아이 등원 30분 만에 픽업 후 상태라 오빠랑 나랑 다 멘붕이었는데, 형님께 전화하고 차근히 상황을 듣고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구나 일단 안심했다. 아직 악성인지 양성인지 파악이 안됐고, 다른곳에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뭔가 건드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태 였는지, 애기 두끼 해서 먹이고 저녁에 드디어 미역국에 밥 말아 잘 먹는걸 보고 안심하는 마음 (첫끼는 안 먹음) + 남편의 식전 기도 (우리 아이 밥 잘 먹고 장염이 얼른 낫게 해주세요, 한국에서 검사 받고 응급수술 하실 할머니를 도와주세요, 혼자 계실 아버님과 혼자 바삐 움직여야 할 누나도 살펴주시고, 뱃속에 새싹이도 건강히 살펴주세요)에 눈물이 터져서 질질 울다가 애가 엄마 운다고 토닥토닥해주고, 나보다 남편은 또 얼마나 힘들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냉큼 눈물을 거두었다.  다행히 우리가 한국에 갈 일정이 잡혀 있어서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도, 우리에게도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얘네가 금방 오는구나.. 조금만 참아보자. 다들 이런 마음이신 듯 하다. 이번에 가서 저번처럼 신나게 놀지 못해도 가족들 옆에서 아들 운전기사 노릇도 하고, 며느리 밥도 드셔보시고 하셔야 할텐데 (내가 솜씨가 없어서 걱정..), 애기 재롱도 보시고... 이번 한국 여행은 어떤 분위기 이려나.. 그래도 다음주에 모든 일정이 다 마무리 되고, 피씨알도 잘 받아서 한국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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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아이가 너무 아팠다. 아니 온 가족이 너무 아팠다. 

사실 남편은 저번주 부터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서 오프라인 회의도 다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목소리가 안나와서 그마저도 줄였었다. 그래도 딱 보기에도 상태가 안좋아서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이유를 남편의 봄 알러지 + 사하라사막 바람 (먼지 알러지) + 계절성 감기로 봤었다. 남편이 워낙 면쓰(면역쓰레기) 라서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해주고 잠을 좀 자게 해준다고 했는데도, 일 땜에 무리하는 일이 여럿 있었고,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봐야하는지 기침도 많았고, 암튼 일주일 내내 마음을 좀 졸였는데, 주말부터는 애가 아프기 시작했다. 애 증상도 남편과 거의 비슷했다. 코가 꽉 막혔고, 가래가 나오고 그러니까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기가 일수고, 먹는게 좀 불편해졌다. 그러다가 화요일-수요일은 열이 많이 올라서 어린이집에 안보냈다. 열이 최대 39.5도까지 올라가니까 무서웠다. 해열제를 계속 주고 물을 많이 먹이고 했더니? 열은 다행히 1.5일 정도만에 잡혔다. 그리고는 컨디션이 좋아진 듯 해서 어린이집에 갔는데... 

 

수족구 인 것 같다고 했다. 좀 일찍 픽업 하러 오라는 전화를 (나는 보스랑 회의 중이라 핸드폰을 두고 가서 못받고), 남편이 받아서 애를 데려왔는데, 선생님이 몸에 반점이 많이 생겼다고 말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더 얘기를 못 나눴다고 해서.. 어린이집에 전화해보니 아빠한테 다 전달이 됐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며, 아이가 수족구가 의심된다고 했다. 수족구? 그게 뭐지? 그 반에 이미 수족구가 돌고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수-Hand, 족-Fuß, 구-Mund 병 'Hand-Fuß-Mund' 병이 '수족구'라고 바로 연결이 안됐고, 또 워낙 코로나 땜에 증상증상 Symptom 에 예민해져 있던 터라, 앞에 병명은 제대로 안보고 '증상이 있으면 보내지 마라'는 말만 보고는 우리는 코로나도 이미 다 겪었는걸.. 하고 넘겨짚어버린게 문제였다. 심지어 다시 보려고 안내문을 사진도 찍어왔는데...  되짚어보니 이상했던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열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토하진 않았었는데 (나는 꽉 막힌 코와 가래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애가 다리가 간지럽다며 긁어서 피가 막 터졌는데 나는 소독약으로 소독을 해주고 상처 약을 발라줬었다. 그나마도 오늘 다른 접종 땜에 병원 약속이 원래 있었던 터라 그때 한번에 물어봐야지.. 하고 병원에 미리 연락을 안했다. 애가 무지간지러웠는지 나만보면, '엄마 간지러' 라고 아주 똑똑히 얘기를 해줬는데도, '응 엄마가 약 발라줄게' 하면 아이는 '응~' 하고 말을 잘 들었다. 아이가 시그널을 많이 줬는데 내가 못 알아차린 게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알아차리고도 무시한건가.. 암튼 코로나 검사만 집에서 맨날 하고, 아니길래 그냥 감기인가보다 했지, 그런 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족구라는 병명을 듣고, 많이 찾아보니 생각보다 위험하기도 하고 또 가벼울 수도 있고 아리송했다. 게다가 항상 임산부가 위험하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어제 통화에 어린이집 선생님도 계속 임산부인 너가 위험하다고 했다. 안그래도 나도 이번주 부터 코가 꽉 막혀 정자로 누워서는 잘 수가 없었고, 목소리가 완전히 나갔다.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지 다른 병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 자려고 누우니 갑자기 입안에 입병이 많이 난 것 같았다. 실제로도 많이 났다 (피곤해서 라고 생각했지.. 화요일에 치과 스케일링 받을 때 아무 말이 없었고 그때는 입병도 없었는지..). 병원 진찰을 받기 전이라 너무 무서웠다. 아이는 계속 힘들게 자는 것 같고, 나도 입병이 막 돋아나고.. 뱃속에 아이는 괜찮은지 모르겠고(바로 전달 정밀초음파로 아무 이상없음이 확인 됐지만), 오빠는 계속 기침과 가래로 힘들어했다. 자려고 누워서는 '오빠 무서워' 그랬더니 오빠가 손을 꼭 잡아줘서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괜찮아 우리 전염병 한두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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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아이가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 일찍으로 병원 약속을 잡아놔서 계란찜 해서 밥 주고 (드디어 회복했는지 밥을 무지하게 잘 먹음), 부랴부랴 뛰어가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이 다리를 보시고는 아이고.. 하시더니 긁어서 옆으로 다 감염이 된 것 같다고.. 항생제크림을 처방해주셨다. 그러고는 입주위, 손, 발에 난 물집들을 보여주시면서 이런게 수족구 라고.. 이게 다 없어져야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근데 열도 다 끝났고, 이제는 밥도 잘 먹는다고 하고, 폐도 괜찮고 (숨쉬는거 힘들었음), 목도 조금 부었었지만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아이는 컨디션이 좋아졌지만 아직 수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만 했다. 어른은 원래 면역이 세서 잘 안걸리는데, 면쓰인 우리남편과 임산부인 내가 걸린 것 같다고 했더니.. 만삭이면 조산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렇게 임신 안정기이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태반으로 전달돼서 태아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너는 그냥 티 많이 마시고 코 답답하면 코세척 정도만 해. 라고 해서 크게 안심 됐다. 아이도 이제 알맞은 크림을 처방받아 왔으니 다리도 덜 간지럽겠지..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 병원의 특징이, 약간 오빠의 불만?이기도 한데, 다 괜찮다고 한다..ㅋㅋ) 

 

다음달에 한국에 가려고 남편과 내가 둘다 마음이 조급해져 있었다. 가기 전까지 끝내고 싶은 일이 많아서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어린이집에 못 갈것 같은 시그널들을 적당히 '아니야 이정도면 괜찮은데' 하고 갔나보다. 열이 나는 건 우리 애한테도 너무 힘든 일이라 못 보냈지만, 전염병에 무지했고, 코로나가 아닌 다른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아이가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해서 못 보냈다고 하니, 요즘 환절기라 애들 다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아 해서, 그래 우리도 그런 건줄만 알았다. 다른 웬만한건 다 예방접종으로 됐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코로나도 이미 걸렸다 나았는 걸... 휴.. 방심했더니 문제가 커졌지.. 게다가 어린이집 방 문앞에 붙어있는 안내문도 제대로 못봤다. '오빠 우리 한국에 살아서 한국어로 전달 받았으면 제대로 대처 했을까?' 괜히 속상해서 만약에 만약에만 늘어놓았다. 엄마의 무지가 원망스럽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이제는 순리대로 해야지 싶으면서도 내 일 일정을 포기할까봐 걱정된다. 막 몰아부치던 참이었는데.... 이제 뭔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이제 2주 밖에 안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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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 둘째가 딸이라는 확정을 받았다. 그동안 둘째는 어떤 아이일 까 많이 궁금했다. 아들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고, 딸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자매라 애들한테는 늘 동성이 좋다는 편견?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어쨌든 첫 애가 우연히 아들이 나왔으니 그럼 동생도 남동생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세상에 뭘 같이 내놓은 형제, 자매들은 많고, 스토리도 많지만, 남매가 뭘 했다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악뮤?). 남매는 그냥 각자 크고 각자도생이다 싶었다. 그래서 남동생을 낳아 형제가 끈끈하게 뭔가를 같이 해나가는 걸 보고싶은 욕심이 있었나보다 (아마 우주형제 때문에..). 여행을 둘이 다녀도 동성이 편하고, 뭔가 같이 하는 친구 같은 가족은 역시 동성이 좋다. 근데 또 큰애가 아들이다 보니 둘째가 아들이면 사사건건 비교되지 않을 까 걱정이 되었다. 아주 다른 독립체가 태어나야 하는 건 아닐 까. 그래서 딸이 되어서 전혀 다르게, 각각 외동딸, 외동아들 처럼 키워야겠다. 그런 마음도 생겨버린 것 같다. 나중에는 아 몰라- 내가 결정할 수도 없는데 왜 이러고 있어.. 생각을 덮었는데 '딸' 이라고 했다. 모두들 엄청 축하해주셨고, 역시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각각 딸1아들1 키우는 연구소 동료 언니들로 부터 환영을 많이 받았다. 그래 뭐 이제 끝났는데 어쩌겠어(사실 진작 끝난 얘기였지 이제 알게된 것 뿐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예쁘게, 둘이 끈끈하게 잘 키워봐야지.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우리 아빠가 맨날 했던 말대로), 애가 나한테 어떨까, 내가 딸이 필요해, 보다는 둘이 어떻게 잘 지낼 까, 둘이 어떻게 어울려서 끈끈하게 지낼까 생각만 난다. 어떻게 잘 닦아줘야 둘이 평생 잘 지낼 수 있을 까 싶다. (그래도 종종 주변에 동성이어도 안보고 사는 집도 많더라... 동성이라고 꼭 다 잘 지내는 것도 아닌만큼, 이성이라고 꼭 멀리 지내란 법도 없지..).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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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전 시간엔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오후에 아이를 픽업해서 놀다가, 저녁에 아이가 잠들면 지원서를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항상 잘 지켜지는 건 아니고, 저녁 지원서는 며칠 못 쓰고 미뤄두기도 했다. 그냥 애 재우면서 같이 자버리기가 일수.. 오전 일도 생각보다 컴팩트한 4시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영부영 3시간 집중했으면 잘한편.. 좀 더 집중의 시간을 올려봐야겠다. 

 

요즘은 논문 정리 및 쓰기 시간이다. 진도가 진짜 더럽게 안나가네, 생각했던 논문들인데 2월 말 3월 초 회의들을 좀 잡으면서 어느정도 가닥들이 조금 잡혀가고 있다. 3월은 그렇게 큰 와꾸?를 잡고, 4월에 열심히 마무리 해서 투고(!) 혹은 완성본 코어서 공유 라도 두편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좋겠다. 그러면 6월에 출산휴가 떠나기 전에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에 가려다가 격리가 생겨서 못 갔는데, 이번에 다시 격리가 해제 되면서 한국에 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우리는 그때 티켓을 한번은 설로 미루고, 그 다음에 부활절 휴일로 미뤄뒀는데, 설 때는 코로나 걸렸다 막 나은 상태라 가기도 어려웠고, 여전히 격리가 있었고, 이제 다음달에 있을 부활절 때는 격리도 없을 예정이라 이번에는 강행하기로 했다. 지금 한국 코로나 1위인데, 한달 뒤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려나.. 하는 기대도 있고, 내가 7월에 출산하면 또 한동안 못 갈 것 같아, 표를 또 미루기도 그렇고 해서 가기로 했다. 남편도 부쩍 많이 가고 싶어 한다 요즘. 그래도 가봐야 알겠지.. 갑자기 출국 48시간 전에 피씨알이 양성 나올 수도 있고 말야.. 

 

지원서를 더 획기적이고 열심히 써봐야 하는데, 매번 똑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새로운 생각이 더 떠오르지 않는다. 매번 처음에 썼던 글들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결국 같은 말.. 지난 달에 지원하려고 했던 곳에 오히려 좀 새로운 글들을 채워넣었었는데, 그때 못 낸걸 지금 조금씩 써 먹고 있긴 한다. 남편이 한번 봐주고, 내가 고치고, 한번 마무리 쭉 하며 그냥 내야겠다.. 이렇게 그냥 해도 되나 싶지만 내 역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어떻게 보면 정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시 핑계지만..) 올해 말에는 정말 들어가야겠다 싶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이제는 가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 팀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연구펀드도 많이 됐지만, 너무 고인물이 되면 안되겠다 싶다.

 

그래도 여기 시골에 5년 가까이 살면서 내가 정말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정말 동물들과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라고 오늘 퇴근 후 버스를 내려서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버스정류장 앞에 거위 두마리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많이 커서 잘 뛰어다닌다. 오늘은 물웅덩이에 푹 몸을 담그고 왔다갔다 하는게 왜이케 웃긴지, 혼자 있었는데 소리내서 피식 해버렸다. 그러면서, 아 여기 사는 5년 동안 동물들과의 교감이 정말 늘었고, 또 그게 내 앞으로의 인생에 너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내내 살았던 나는 개나 고양이 조차 가까이 느껴본 적이 없었고, 동물을 만져본적도 거의 없었다. 여기 와서 개를 좋아하는 남편 따라 동료개를 맡아 산으로 들로 산책시켜주면서 개랑 교감하고 가까워졌고, 여전히 고양이는 다가가기 어렵지만 (내가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됨!), 계절마다 내려오는 소, 말, 양, 염소들과 정말 가까워졌다. 소는 그냥 길에 풀어져 있어서 꽤 자주 가까이에서 봐왔다.. 이런 시간은 내가 서울에 내내 있었으면 몰랐겠지, 이런 교감하는 느낌들?이 앞으로 정말 소중할 것 같다. 그리고 여기를 떠나더라도 이 느낌을 아이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딘가 아이의 기억세포속에.  

 

어제는 '동생이 태어날거야' ,'동생이 생긴 너에게' 이런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다 내가 오열했다. 내 취지는 뱃속에 아이를 같이 기다리면서 아이에게 일어날 변화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고 같이 대비해보자는 거 였는데, 그 자그마한 어깨를 보고 있자니 너무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서 책 읽기를 멈추었는데 그때까지 아이가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나보다. 오늘 퇴근을 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어땠는지 이런저런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대뜸 '엄마 배에 애기 있지' 하는거다. 응~ 우리 햇살이 형아 되려고, 엄마 배에 애기 있지. 해줬는데 아이가 그 책 얘기를 기억하고 있나 보다 싶어 또 뭉클했다. 형아가 좋아 애기가 좋아? 하면 본인은 애기가 좋고, 본인이 애기라고 하는 우리 큰 애기. 그럼그럼 너도 아직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