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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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아이가 너무 아팠다. 아니 온 가족이 너무 아팠다. 

사실 남편은 저번주 부터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서 오프라인 회의도 다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목소리가 안나와서 그마저도 줄였었다. 그래도 딱 보기에도 상태가 안좋아서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이유를 남편의 봄 알러지 + 사하라사막 바람 (먼지 알러지) + 계절성 감기로 봤었다. 남편이 워낙 면쓰(면역쓰레기) 라서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해주고 잠을 좀 자게 해준다고 했는데도, 일 땜에 무리하는 일이 여럿 있었고,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봐야하는지 기침도 많았고, 암튼 일주일 내내 마음을 좀 졸였는데, 주말부터는 애가 아프기 시작했다. 애 증상도 남편과 거의 비슷했다. 코가 꽉 막혔고, 가래가 나오고 그러니까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기가 일수고, 먹는게 좀 불편해졌다. 그러다가 화요일-수요일은 열이 많이 올라서 어린이집에 안보냈다. 열이 최대 39.5도까지 올라가니까 무서웠다. 해열제를 계속 주고 물을 많이 먹이고 했더니? 열은 다행히 1.5일 정도만에 잡혔다. 그리고는 컨디션이 좋아진 듯 해서 어린이집에 갔는데... 

 

수족구 인 것 같다고 했다. 좀 일찍 픽업 하러 오라는 전화를 (나는 보스랑 회의 중이라 핸드폰을 두고 가서 못받고), 남편이 받아서 애를 데려왔는데, 선생님이 몸에 반점이 많이 생겼다고 말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더 얘기를 못 나눴다고 해서.. 어린이집에 전화해보니 아빠한테 다 전달이 됐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며, 아이가 수족구가 의심된다고 했다. 수족구? 그게 뭐지? 그 반에 이미 수족구가 돌고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수-Hand, 족-Fuß, 구-Mund 병 'Hand-Fuß-Mund' 병이 '수족구'라고 바로 연결이 안됐고, 또 워낙 코로나 땜에 증상증상 Symptom 에 예민해져 있던 터라, 앞에 병명은 제대로 안보고 '증상이 있으면 보내지 마라'는 말만 보고는 우리는 코로나도 이미 다 겪었는걸.. 하고 넘겨짚어버린게 문제였다. 심지어 다시 보려고 안내문을 사진도 찍어왔는데...  되짚어보니 이상했던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열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토하진 않았었는데 (나는 꽉 막힌 코와 가래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애가 다리가 간지럽다며 긁어서 피가 막 터졌는데 나는 소독약으로 소독을 해주고 상처 약을 발라줬었다. 그나마도 오늘 다른 접종 땜에 병원 약속이 원래 있었던 터라 그때 한번에 물어봐야지.. 하고 병원에 미리 연락을 안했다. 애가 무지간지러웠는지 나만보면, '엄마 간지러' 라고 아주 똑똑히 얘기를 해줬는데도, '응 엄마가 약 발라줄게' 하면 아이는 '응~' 하고 말을 잘 들었다. 아이가 시그널을 많이 줬는데 내가 못 알아차린 게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알아차리고도 무시한건가.. 암튼 코로나 검사만 집에서 맨날 하고, 아니길래 그냥 감기인가보다 했지, 그런 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족구라는 병명을 듣고, 많이 찾아보니 생각보다 위험하기도 하고 또 가벼울 수도 있고 아리송했다. 게다가 항상 임산부가 위험하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어제 통화에 어린이집 선생님도 계속 임산부인 너가 위험하다고 했다. 안그래도 나도 이번주 부터 코가 꽉 막혀 정자로 누워서는 잘 수가 없었고, 목소리가 완전히 나갔다.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지 다른 병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 자려고 누우니 갑자기 입안에 입병이 많이 난 것 같았다. 실제로도 많이 났다 (피곤해서 라고 생각했지.. 화요일에 치과 스케일링 받을 때 아무 말이 없었고 그때는 입병도 없었는지..). 병원 진찰을 받기 전이라 너무 무서웠다. 아이는 계속 힘들게 자는 것 같고, 나도 입병이 막 돋아나고.. 뱃속에 아이는 괜찮은지 모르겠고(바로 전달 정밀초음파로 아무 이상없음이 확인 됐지만), 오빠는 계속 기침과 가래로 힘들어했다. 자려고 누워서는 '오빠 무서워' 그랬더니 오빠가 손을 꼭 잡아줘서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괜찮아 우리 전염병 한두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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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아이가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 일찍으로 병원 약속을 잡아놔서 계란찜 해서 밥 주고 (드디어 회복했는지 밥을 무지하게 잘 먹음), 부랴부랴 뛰어가서 병원에 갔다. 선생님이 다리를 보시고는 아이고.. 하시더니 긁어서 옆으로 다 감염이 된 것 같다고.. 항생제크림을 처방해주셨다. 그러고는 입주위, 손, 발에 난 물집들을 보여주시면서 이런게 수족구 라고.. 이게 다 없어져야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네.. 근데 열도 다 끝났고, 이제는 밥도 잘 먹는다고 하고, 폐도 괜찮고 (숨쉬는거 힘들었음), 목도 조금 부었었지만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아이는 컨디션이 좋아졌지만 아직 수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만 했다. 어른은 원래 면역이 세서 잘 안걸리는데, 면쓰인 우리남편과 임산부인 내가 걸린 것 같다고 했더니.. 만삭이면 조산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렇게 임신 안정기이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태반으로 전달돼서 태아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너는 그냥 티 많이 마시고 코 답답하면 코세척 정도만 해. 라고 해서 크게 안심 됐다. 아이도 이제 알맞은 크림을 처방받아 왔으니 다리도 덜 간지럽겠지..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 병원의 특징이, 약간 오빠의 불만?이기도 한데, 다 괜찮다고 한다..ㅋㅋ) 

 

다음달에 한국에 가려고 남편과 내가 둘다 마음이 조급해져 있었다. 가기 전까지 끝내고 싶은 일이 많아서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어린이집에 못 갈것 같은 시그널들을 적당히 '아니야 이정도면 괜찮은데' 하고 갔나보다. 열이 나는 건 우리 애한테도 너무 힘든 일이라 못 보냈지만, 전염병에 무지했고, 코로나가 아닌 다른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아이가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해서 못 보냈다고 하니, 요즘 환절기라 애들 다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아 해서, 그래 우리도 그런 건줄만 알았다. 다른 웬만한건 다 예방접종으로 됐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코로나도 이미 걸렸다 나았는 걸... 휴.. 방심했더니 문제가 커졌지.. 게다가 어린이집 방 문앞에 붙어있는 안내문도 제대로 못봤다. '오빠 우리 한국에 살아서 한국어로 전달 받았으면 제대로 대처 했을까?' 괜히 속상해서 만약에 만약에만 늘어놓았다. 엄마의 무지가 원망스럽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이제는 순리대로 해야지 싶으면서도 내 일 일정을 포기할까봐 걱정된다. 막 몰아부치던 참이었는데.... 이제 뭔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였는데... 이제 2주 밖에 안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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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 둘째가 딸이라는 확정을 받았다. 그동안 둘째는 어떤 아이일 까 많이 궁금했다. 아들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고, 딸이길 원했을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자매라 애들한테는 늘 동성이 좋다는 편견?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어쨌든 첫 애가 우연히 아들이 나왔으니 그럼 동생도 남동생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세상에 뭘 같이 내놓은 형제, 자매들은 많고, 스토리도 많지만, 남매가 뭘 했다는 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악뮤?). 남매는 그냥 각자 크고 각자도생이다 싶었다. 그래서 남동생을 낳아 형제가 끈끈하게 뭔가를 같이 해나가는 걸 보고싶은 욕심이 있었나보다 (아마 우주형제 때문에..). 여행을 둘이 다녀도 동성이 편하고, 뭔가 같이 하는 친구 같은 가족은 역시 동성이 좋다. 근데 또 큰애가 아들이다 보니 둘째가 아들이면 사사건건 비교되지 않을 까 걱정이 되었다. 아주 다른 독립체가 태어나야 하는 건 아닐 까. 그래서 딸이 되어서 전혀 다르게, 각각 외동딸, 외동아들 처럼 키워야겠다. 그런 마음도 생겨버린 것 같다. 나중에는 아 몰라- 내가 결정할 수도 없는데 왜 이러고 있어.. 생각을 덮었는데 '딸' 이라고 했다. 모두들 엄청 축하해주셨고, 역시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각각 딸1아들1 키우는 연구소 동료 언니들로 부터 환영을 많이 받았다. 그래 뭐 이제 끝났는데 어쩌겠어(사실 진작 끝난 얘기였지 이제 알게된 것 뿐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예쁘게, 둘이 끈끈하게 잘 키워봐야지.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우리 아빠가 맨날 했던 말대로), 애가 나한테 어떨까, 내가 딸이 필요해, 보다는 둘이 어떻게 잘 지낼 까, 둘이 어떻게 어울려서 끈끈하게 지낼까 생각만 난다. 어떻게 잘 닦아줘야 둘이 평생 잘 지낼 수 있을 까 싶다. (그래도 종종 주변에 동성이어도 안보고 사는 집도 많더라... 동성이라고 꼭 다 잘 지내는 것도 아닌만큼, 이성이라고 꼭 멀리 지내란 법도 없지..).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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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전 시간엔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오후에 아이를 픽업해서 놀다가, 저녁에 아이가 잠들면 지원서를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항상 잘 지켜지는 건 아니고, 저녁 지원서는 며칠 못 쓰고 미뤄두기도 했다. 그냥 애 재우면서 같이 자버리기가 일수.. 오전 일도 생각보다 컴팩트한 4시간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영부영 3시간 집중했으면 잘한편.. 좀 더 집중의 시간을 올려봐야겠다. 

 

요즘은 논문 정리 및 쓰기 시간이다. 진도가 진짜 더럽게 안나가네, 생각했던 논문들인데 2월 말 3월 초 회의들을 좀 잡으면서 어느정도 가닥들이 조금 잡혀가고 있다. 3월은 그렇게 큰 와꾸?를 잡고, 4월에 열심히 마무리 해서 투고(!) 혹은 완성본 코어서 공유 라도 두편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좋겠다. 그러면 6월에 출산휴가 떠나기 전에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에 가려다가 격리가 생겨서 못 갔는데, 이번에 다시 격리가 해제 되면서 한국에 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우리는 그때 티켓을 한번은 설로 미루고, 그 다음에 부활절 휴일로 미뤄뒀는데, 설 때는 코로나 걸렸다 막 나은 상태라 가기도 어려웠고, 여전히 격리가 있었고, 이제 다음달에 있을 부활절 때는 격리도 없을 예정이라 이번에는 강행하기로 했다. 지금 한국 코로나 1위인데, 한달 뒤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려나.. 하는 기대도 있고, 내가 7월에 출산하면 또 한동안 못 갈 것 같아, 표를 또 미루기도 그렇고 해서 가기로 했다. 남편도 부쩍 많이 가고 싶어 한다 요즘. 그래도 가봐야 알겠지.. 갑자기 출국 48시간 전에 피씨알이 양성 나올 수도 있고 말야.. 

 

지원서를 더 획기적이고 열심히 써봐야 하는데, 매번 똑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새로운 생각이 더 떠오르지 않는다. 매번 처음에 썼던 글들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결국 같은 말.. 지난 달에 지원하려고 했던 곳에 오히려 좀 새로운 글들을 채워넣었었는데, 그때 못 낸걸 지금 조금씩 써 먹고 있긴 한다. 남편이 한번 봐주고, 내가 고치고, 한번 마무리 쭉 하며 그냥 내야겠다.. 이렇게 그냥 해도 되나 싶지만 내 역사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어떻게 보면 정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시 핑계지만..) 올해 말에는 정말 들어가야겠다 싶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이제는 가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 팀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연구펀드도 많이 됐지만, 너무 고인물이 되면 안되겠다 싶다.

 

그래도 여기 시골에 5년 가까이 살면서 내가 정말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정말 동물들과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라고 오늘 퇴근 후 버스를 내려서 걸어오면서 생각했다. 버스정류장 앞에 거위 두마리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많이 커서 잘 뛰어다닌다. 오늘은 물웅덩이에 푹 몸을 담그고 왔다갔다 하는게 왜이케 웃긴지, 혼자 있었는데 소리내서 피식 해버렸다. 그러면서, 아 여기 사는 5년 동안 동물들과의 교감이 정말 늘었고, 또 그게 내 앞으로의 인생에 너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내내 살았던 나는 개나 고양이 조차 가까이 느껴본 적이 없었고, 동물을 만져본적도 거의 없었다. 여기 와서 개를 좋아하는 남편 따라 동료개를 맡아 산으로 들로 산책시켜주면서 개랑 교감하고 가까워졌고, 여전히 고양이는 다가가기 어렵지만 (내가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됨!), 계절마다 내려오는 소, 말, 양, 염소들과 정말 가까워졌다. 소는 그냥 길에 풀어져 있어서 꽤 자주 가까이에서 봐왔다.. 이런 시간은 내가 서울에 내내 있었으면 몰랐겠지, 이런 교감하는 느낌들?이 앞으로 정말 소중할 것 같다. 그리고 여기를 떠나더라도 이 느낌을 아이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딘가 아이의 기억세포속에.  

 

어제는 '동생이 태어날거야' ,'동생이 생긴 너에게' 이런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다 내가 오열했다. 내 취지는 뱃속에 아이를 같이 기다리면서 아이에게 일어날 변화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고 같이 대비해보자는 거 였는데, 그 자그마한 어깨를 보고 있자니 너무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서 책 읽기를 멈추었는데 그때까지 아이가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나보다. 오늘 퇴근을 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어땠는지 이런저런 두런두런 얘기를 하는데 대뜸 '엄마 배에 애기 있지' 하는거다. 응~ 우리 햇살이 형아 되려고, 엄마 배에 애기 있지. 해줬는데 아이가 그 책 얘기를 기억하고 있나 보다 싶어 또 뭉클했다. 형아가 좋아 애기가 좋아? 하면 본인은 애기가 좋고, 본인이 애기라고 하는 우리 큰 애기. 그럼그럼 너도 아직 아가야..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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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대화.

의미를 알고 하는 대화인지는 가끔 헷갈리지만 요즘 아이와의 대화가 수월하다. 유치원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오늘 우리 애기 뭐하고 놀았어? 하면 빠방, 책, 같은 얘기를 해주고, 누구랑 놀았어? 하면 니코, 일라이, 이사벨,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이 아이들과 정말 잘 노는건지, 그냥 발음하기 좋은 이름인지는 알수 없지만 유치원 도착해서 가끔 일라이, 니코랑 등원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만나게 되면 엄청 반가운 눈을 하고 보는게 아 우리아이가 저 친구들을 좋아하나보다 싶어 나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신발장에 붙어있는 아이들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하나라도 더 물어보지.. 오늘은 엘레나랑 놀았어? 하고.. 

 

육아에 어려운 지점들이 여럿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본인 침대에서 혼자 자는 걸 싫어하고, 엄마 아빠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어했는데, 남편이 얼마전부터 애기 침대에 애기 인형들을 모두 끌어모아 배 놀이 (햇살이가 선장이 돼서 친구들을 모두 태우고 노는 이야기?), 기차 놀이를 해주고 부터는 부쩍 본인 침대를 좋아한다. 오늘 우리 애기는 어디에서 자고 싶어? 했더니 본인 집에서 친구들하고 자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 위치를 손수 하나씩 정하고, 토토로는 여기, 테디는 여기, 홍학이는 여기, 수림이는 여기 다 늘어놓더니 최애 멍멍이와 하리보곰을 양손에 딱 끼고 누웠다. (으이구 귀여워 +_+). '엄마도 여기' 하길래 엄마는 옆에서 손 잡아줄게 하고 누워서 토닥토닥 해줬더니 안심했다. 오늘은 달록이 얘기 할 까 유치원 얘기 할까 했더니 '유치원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달록이 얘기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손님' 책 얘긴데, 내가 둘째 낳고 싶은 욕심에 한국에서 사온 책이다 (ㅋㅋ), 그 책을 너무 좋아하고 너무 많이 읽어서 안보고도 술술 외울 정도 인데, 물론 아이도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라 자려고 누워서 그 책 이야기를 줄줄 하다보면 어느새 잠든다. 암튼 오늘은 유치원 얘기를 했는데, 오늘도 일라이랑 놀았어? 그랬더니 아니. 라고 해서 일라이 안왔어? 했더니 '안왔어' 라길래. 그렇구나. 그럼 누구랑 놀았을까 우리 애기. 파울. 이라고 했다. 아 오늘은 파울이랑 놀았어? 응. 뭐하고 놀았어? 빠방이. 아 빠방이 타고 파울이랑 같이 놀았어? 응. 재밌었겠다~ 재밌었어? 응. 힘들진 않았어? 안힘들어. ㅎ 그러더니 뭐가 생각났는지, 토끼 밖에. 라고 얘기해서 아 토끼가 밖에 있었어? 응. 이사벨 토끼같이. 아 이사벨이랑 토끼랑 밖에서 놀았어? 응. 우와 너무 좋았겠다~ 재밌었어. 단답형 대화였지만 참 따뜻했다. 그리고 점점 말수가 없어지길래 달록이 얘기를 끝으로 잠에 들었다. 휴. ㅎㅎ

 

낮에는 부쩍 말을 길게 할 때가 있는데, 오늘은 앉아서 안고 토닥토닥 해줬더니, 엄마 일어나서 안아줘. 라고 똑똑히 말했다. 어어 그래 엄마가 일어나서 안아줄게. 파스타 먹고 싶어. 어 그래그래 파스타 해줄게. 우유랑 같이. 아 그래 우유랑 파스타 같이 먹고싶어? 응. 본인 의사가 뚜렷하다. 훗 귀여운것.

 

치카치카가 그 다음으로 내가 힘들어 했던 건데 얼마전에 치과에 검진을 가서 선생님이랑 '이--', '아--'를 연습하고 와서는 내내 '이--', '아--'를 잘 한다 정말. 칫솔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을 두고 어떤걸로 하고 싶어 하면 오늘은 파란색 이었다. 보통 가장 새거로 하고 싶어 한다. 엄마가 하는거 보면서 칫솔질을 막 따라하다가 마무리는 엄마가 해주는데, 이-- 하면 이도 잘하고, 아--하면 아도 잘해서 요즘 치카치카는 정말 수월하다. 휴. 이제 다음 고비는 쪽쪽이, 기저귀 떼기. 이 두개는 벌써부터 생각만해도 너무 두려운데... 이건 내가 두려운 거겠지. 치과선생님의 추천으로 책을 한권 사왔으니.. 일단 해봐야지. 오늘 그 책을 읽어줬다. 다 큰 아이가 계속 쪽쪽이를 물고 다니는데, 어느날 꿈속에 요정님이 나타나서 '나는 다 큰 아이들의 쪽쪽이를 모아~ 너도 나에게 주면 선물을 줄게' 한다. 그럼 아이는 '난 아직 더 필요한데, 혹시 다음에 또 와줄수 있어?', '그럼 물론이지' 라고 해서 아이가 좀 생각해보고 유치원에서 조금씩 자기 가방에 넣어놓고 덜 쓰다가 '요정님한테 이제 줄게' 하고 반납하고 곰인형을 받은 이야기... 나도 요즘 쪽쪽이 빠이빠이 하면 선물을 준다고 각인을 시켰더니 아이가 조금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책을 읽고는 우리도 요정님한테 줄까? 했더니 아니 란다. 아직 아니구나. 응. ㅎ그래 그럼 생각해봐~ 하고 조금씩 스며들기 하는 중.. 휴.. ㅎ 이거 두개도 치카치카랑 침대가 해결된 것 처럼 자연스럽게 되겠지? 응? ㅎ 그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