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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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막달로 가면서 컨디션이 급속도로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좀 지나고 보니 우리 둘다 애기한테 장염을 옮아온거였다. 

난 하루 이틀 꼼짝없이 누워있었는데, 약간 체한 것도 같고, 몸이 너무 안좋아서 그냥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코로나 인가 싶어 코로나 테스트도 매일 함. 내가 너무 뻗어있으니 남편은 몸이 안좋지만, 그래도 애를 픽업하고 등등 했는데, 거기도 알고보니 심한 장염에 걸린 터라 오후 내내 열과 씨름하고, 우리 둘다 밤새 설사를 내보내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애가 아프면 그 다음에 바로 아빠- 엄마까지 아프다보니 6월은 또 내내 아프다 끝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항상 이렇게 힘들때면 둘째를 원망했다.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우리 둘째. 우리가 정말 더 행복해지려고 한 선택이겠지? 근데 왜 이렇게 힘드나? 남편은 첫째 때도 그랬지만, 애가 나오기 전까지 특별히 별 느낌이 없는 듯 하다. 좋다 싫다 뭔 말이 없다. 그냥 힘들겠다 정도.. 첫째 임신때와 다르게 이번에 일 욕심도 막 생기던 참이라 마음이 무겁다. 다시 잘 타파하고 잘 해나갈 수 있겠지. 일이야 뭐 아무렴 어때 하면서도, 일이란 건 그래도 나의 정체성을 어느정도 지켜주는 것, 나의 자존심을 좀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놓을 수가 없다. 싱글 언니들이 훨훨 일 잘하고 있는 거 보면 부럽고, 나도 더 잘하는 사람인데 쭈구러져 있는거 보면 답답하다. 그래도 지금 열심히 하는 시니어 들 중에 애를 둘 셋 키우면서도 그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잘 할 수 있다 정신승리 하고 있는 중이다.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또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보면서 배우는게 있더라 커서 보니. 열심히 살고 잘못하면서 살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나에게 적응하게 되겠지 내가 엄마니깐. 내가 마음을 단단히 잘 먹어야지.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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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응급실에 다녀왔다. 하필 샌드위치 연휴라 주변 어린이병원이 다 문을 닫았고, 내가 다니는 병원에 가려고 했더니 거기도 환자가 많다고 전화는 안받고 자동응답으로 넘어가서.. 응급실에 전화해봤더니 와봐도 될 거 같다길래 다녀왔다.

 

어제는 정말 애가 토를 많이 했고, 열도 떨어지고 설사도 멈추고, 이제 구토도 안하나 보다~ 나 오늘 일 좀 해야지. 했더니 오늘 아침엔 얼굴이 엄청 빨갛게 홍조를 띄었다. 홍조가 새로운 변화였고, 왜 자꾸 뭔가 새로운게 추가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응급실은 우리가 상상한 도시의 응급실이랑은 조금 달랐고, 다행히 그렇게 많이 바쁘지는 않았다. 대기시간이 한시간이 넘었지만 그래도 거기 선생님이 어떤 사인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봐주신게 참 좋았다 (물론 굉장히 무뚝뚝하게). 그동안 다니던 어린이 병원에서는 진짜 오래 기다려도 몇 분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진짜 오래 봐 주신 것 같다. 새롭게 생긴 병, 혹시 전조일까 의심했던 병은, '성홍열' 이라는 이름도 정말 생소한 병이었다. 햇살이가 며칠 전 부터 혀가 좀 까끌한지 입에 뭐가 있다는 말을 자주 했고, 얼굴이 벌겋고, 기저귀 라인에 빨갛게 뭐가 올라와서.. 이게 더 심해지고 혀에 백태가 끼다가 빨개지고 온 몸에 발진이 생기면 이제 이게 '성홍열'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전염병이란다.. 뜨악. 정말 어린이의 전염병 세계는 끝이 없구나... 생각하다가 돌아돌아 걸어서 애를 재우고 들어오는데 몸도 마음도 참 힘들었다. 결국 이번주는 일을 하루도 하지 못했군. 큰일이다. 생각에 마음이 참 급했고, 그래도 애가 아플 때 내가 집에서 있으면서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당연히.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남편도 꼭 병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동의), 그럼 나는 집에서 일 좀 할게 하는 말에 조금 야속했다. 물론 이 상황에 하나라도 더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둘다 가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말도 안되고, 어차피 병원은 내가 주로 맡아서 해왔고, 나 혼자서도 다 케어가 가능하지만 왠지 그때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어버린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병원에 가보니 둘다 왔으면 이렇게 시간 낭비가 없었을거라 남편을 두고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났다. 휴. 내 노고를 더 인정해달라고 나는 나대로 생떼를 부렸고, 남편도 당연히 논게 아니고 애를 많이 보고 점심을 해놨기 때문에 억울해 했다. 

 

우리 둘다 애기가 아프면 힘들다. 애도 힘들도, 애 보기도 힘들도, 시간도 없으니까..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잘 해야지. 나도 잘 할게.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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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요일에 원고를 하나 보내놓고 아 이번주는 코멘트 기다리면서 다른일 좀 하면서 얼른 서브밋 준비해야지 했는데, 월요일 부터 아이가 장염에 걸려왔다. 진~~짜 어린이집 보내기 힘들다. 저번주에는 열나고 목염증이 와서 (코로나 테스트까지 하고- 물론 음성) 3일을 못보냈는데, 어린이집에서 옮아 왔는지 (요즘 여럿 케이스가 있었다고 함), 달랑 하루 갔는데 바로 장염에 걸려와서 이번주도 3일 공쳤다. 내일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설사만 좀 있고 애기 컨디션이 괜찮아서 그냥 노는 날인셈 이곳저곳 산책도 다니고 쏘다녔는데, 점점 아이 컨디션이 안좋아지더니 오늘 3일째 되니까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해서 빨래 세번 하고, 집에서 계속 안아주고, 탈수 되지 않게 적당히 물 끓여서 한모금씩 먹이고, 토하면 다시 닦이고, 옷 갈아입히고, 팔다리 주물러주고 계속 그렇게 보냈다. 보스는 그새 원고를 다 봐서 코멘트가 매일매일 날아왔는데 전혀 대응을 못했다. 휴. 밤에 좀 할라치면 어제는 자다가 토 할까봐 옆에서 같이 누워있었고, 이제는 토가 좀 멈춘 것 같아 비디오 켜놓고 가끔 들어가 보는 정도... 휴.. 어린이집 왜이렇게 가기가 힘드니. 올해 반도 못 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많이 아플 때 여기에 있으니 다행일 거야. 암암 그렇고 말고. 정신승리 중이다. 내 일만 좀 희생하면.. 회사에 얼굴 붉힐일도 없고, 매일매일 보고할 필요도 없고, 꽤 자유롭게 일하고 있으니까. 그래그래 이 시기를 여기서 보내고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더 건강해져서 어린이집도 잘 다녔으면 좋겠다. 암암 다행이고 말고. 이렇게 정신승리 할 수 밖에 없다.. 밤이든 낮이든 짬이 날 때 마다 늦어지는 일들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게 참 걱정이다. 

 

아프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