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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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59

 

오늘의 육아일기.

요즘 내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놀이터를 자주 안 데려갔었다. 워낙 좀 놀이터 가면 다른 엄마들도 봐야하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았던데다가 아이가 엄청 좋아하는 긴 미끄럼틀을 내가 태워줄 수가 없어서 그냥 좀 피했는데, 별 계획없이 나갔다가 놀이터까지 다녀왔다. 거기서 흥미로운 일이 있어서 잠깐 적어두려고..

 

이 동네에는 엄청 긴 미끄럼틀이 있는데, 나도 올라가면 무서운데 애는 오죽할까 싶었다 안그래도 겁도 많은 녀석이. 엄마는 진짜 10개월 막달 임산부라.. 엄마는 배에 애기가 있어서 같이 할 수가 없어. 라고 말했더니. 그럼 혼자 할거야. 하고 씩씩하게 올라갔다. 막상 올라갔는데 무서웠던지 엄마 와~ 엄마 같이 해~ 라고 계속 나를 불렀는데, 아니야 엄마는 할 수가 없어. 너무 무서우면 그냥 걸어내려오면 돼~ 다음에 아빠랑 같이 오자. 타고 내려올 수 있으면 엄마가 밑에서 받아줄게~ 하고 몇 분 얘기를 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려나? 아니면 무서움을 참고 내려오려나? 어쩌려고 그러지.. 밑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쿨하게, 그래 그러고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한번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내려오는 것도 물론 큰 마음이고 응원해주고 싶지만, 뭔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스스로 돌아서 나오는 모습이 뭔가 뭉클해서 내려온 아이를 꼭 안아줬다. 돌아나오는 것도 정말 용기가 필요해. 막상 발 뺄 때를 아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실망했지, 다음에 애기 낳고 엄마가 꼭 같이 타줄게~ 했더니 아이도 기분좋게 응~ 해줘서, 마음이 내내 뭉클했다. 

 

오늘 사람이 없어서 혼자 놀이터를 전세놓고 놀고 있는데 한 8개월 정도 됐을까 싶은 아기가 놀러왔다. 우리 아이는 애기들을 너무 좋아해서 모래사장에서 같이 모래도 쌓고 웃어주고 너무 예쁘게 잘 놀았다. 그러다 또래로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왔는데, 우리 아이가 약간 긴장하는 것 같았다. 셋이 같이 모래 놀이를 했는데, 확실히 좀 더 긴장한 느낌 ? 그 아이도 장난감을 안갖고 나와서, 애기가 가지고 있던 장난감 2개로 셋이 노는데, 확실히 우리 애는 뭔가 요구를 잘 안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난 우리 애 보다 눈치 더 많이 보는 여기 아이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혼자 또 외국인이라 눈치를 많이 보는건지, 아니면 애초에 타고난 성질이 눈치를 많이 보고 조심성이 많은건지 헷갈렸다. (남편 말로는 본인이 어릴 때 부터 눈치를 많이 보고 예민했다 함..) 눈치를 보고 상황 판단을 하는건지 같이 놀던 아기가 돌아갈 채비를 하자 빌려준 장난감을 돌려주고 쿨하게 돌아나왔다. 우리 아이는 관찰할 수록 눈치를 많이 보고, 예민하고, 똘똘한 아이인데.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줘야 마음을 다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면서 잘 자랄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된다.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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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는 정말 일도 열심히 하고, 육아도 열심히 하고, 남편도 잘 돌봤다. 주말 여행까지 완벽.

아이의 장염이 다 나으면서 주5일 어린이집을 드디어 완료했고, 나는 그 사이 일의 끈을 좀 놓지않고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남편이 아이한테서 장염을 옮아서 또 심하게 앓았는데.. 그래도 아이가 어린이집에가니까 아침 시간에 남편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남편도 빨리 회복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 흰죽 만들기.. 정도 였어서 많이 뭘 한건 없지만 그래도 그 사이 남편이 회복해서 다행이었다.

 

주말여행으로 토일월 2박 3일 뮌헨에 다녀온 것도 무척 좋았다. 뮌헨은 당일치기로 가능한 곳이라 그동안 잠을 잘 생각까진 안했었는데,  이 동네가 G7때문에 너무 떠들썩하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다 아이 어린이집도 안가는데 이 긴 주말에 뭐라도 좀 하자.. 싶어 가까운 옆동네로 다녀왔다. 출산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빨리 올 생각에 근거리로.. 우리 셋이 이제 여행다니는게 조금 익숙해졌는지, 우리가 아이 컨디션에 맞게 계획을 잘 세우는건지 모르겠지만, 여행 다니면 늘 즐겁다. ㅎ 아이도 잘 놀고, 호텔도 좋아하고, 호텔에서 먹는 조식은 특히 좋아하고, 셋이 죽이 잘 맞고, 아이도 얼굴 시뻘겋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잘 놀아서 참 좋았다. 보통 아이가 좋아하는거 위주로 계획을 세워서 그게 별로 안 즐거울거 같지만 사실 상당히 즐겁다. 이번에도 주로, 비행기 박물관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해서 아이가 엄청 좋아함, 공간 자체가 넓어서 뛰어다니기 좋음), BMW 박물관, 전시장 (오토바이를 탈 수 있도록 해둠)에 가서 애가 좋아하는거 실컷 탈 수 있게 해주고 공원에가서 놀았다. 내 눈에는 바퀴 두개는 오토바이요, 네개는 자동차니라... 정도만 알 수 있고, 비행기 박물관에 가도 비행기와 헬기 정도 구분할 수 있는데 ㅎ  남편이 잘 봐줘서 아이는 엄청 잘 돌아다녔다. 나는 임산부 찬스로 의자가 나올 때 마다 쉬면서 이 남자들을 기다렸다. 그것도 나름 괜찮. 비행기들도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멋있어서 흥미로웠다..ㅎㅎ 애가 잠드는 시간엔 그래도 부모가 좋아하는 미술관에도 가서 약간 쉬면서 그림도 보고, 애가 다시 깨면 미술관 그림도 보여줬다가 그 앞 잔디밭에서 또 뛰면서 놀았다. 그것도 참 평화로웠다. 날이 더워서 수족관은 내가 좀 우겨서 간 거지만.. 그래도 아이가 작년에 갔을 때 보다 물고기에 훨씬 관심도 많아서 좋았다. 도시에는 참 재밌는게 많구려. ㅎ 남편도 나도 사실은 도시를 좋아하는 체질이라 이렇게 나와서 한번씩 바람도 쐬고 구경도 하면 또 그것도 나름대로 즐겁다. 루프탑이 있는 호텔이라 자는 아이를 유모차에 따뜻하게 태워서 올라가서 남편이랑 노을진 하늘을 보면서 수다 떤 것도 참 좋았다. 

 

 

 

이렇게 혼을 쏟은 일주일을 보내서 인지, 내가 몸 컨디션이 안좋아졌다. 위산역류로 인한 건지 감기에 걸린건지 모르겠지만, 목이 완전히 가서 목소리가 안나오고 있다. 여행 첫날에 밥을 좀 대충먹고, 탄산음료를 많이 먹었더니 위산 역류가 심해져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앉을 정도였다. 그날 새벽에 왜인지 (내 기분탓인지), 아이 태동이 잘 느껴지지 않아 다음날 아침까지 무척 마음이 심란했다. 여행을 고 해야 하나 스톱해야하나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태동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고 (아예 안느껴지는건 아니고..), 여행을 멈출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강행 했었는데, 다행히 둘째날부터는 우리도 여행에 적응하고, 밥도 제대로된거로 잘 챙겨먹으면서 좋아졌다. 집에 오니 다시 태동은 힘차게 잘 느껴진다. 오늘 다행히 아이가 낮잠을 길게 자줘서 셋이 다 회복시간을 잘 가졌는데, 내가 저번주에 열심히 달리던 일로 복귀를 잘 못하고 있다..  벌써 화요일이 끝났는데 아직 일로 복귀를 못하고 있다. 저번주에 보내고 갔어야 했는데.... 큰 걱정.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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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주5일을 다 갔다. 그 덕에 남편도 나도 회복을 많이 해서 이제 떡볶이를 해먹을 수 있을정도로 위장이 튼튼해졌다. 흰죽을 끝내버리자 마자 조금씩 먹기 시작하더니 역시 마지막은 떡볶이지 암. 

6월은 내내 아프다가 끝나는 기분이라 초조, 불안 했는데, 지금도 앞으로 7월 일 일정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래도 이번주 잘 살아냈다. 일이 그런대로 많이 정리가 돼서 조금 손에 잡히는 기분이다 싶어서 .. 늦어지는 거는.. 뭐 더 해야지 어쩌겠어.. 라고 위로하고 있다. ㅠ아이는 어린이집 5일이 버거웠던 건지, 거기에 또 무슨 바이러스가 도는건지 감기증상이 있다. 코를 훌쩍이고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안돼... 제발... ㅠ 

 

이동네가 정상회의로 시끄럽다. 시골동네에 세계정상 7명이나 오다보니 (미국대통령까지!) 아주 난리다. 연구소는 미군부대 근처에 있는데, 미국대통령들은 방문했을 때 자국의 부대를 꼭 방문해서 그렇다는건지, 신분증 지참 및 연구소 등록 확인서? 연구소 ID 카드를 꼭 지참하라는 안내사항이 내려왔다. 우리집 옆으로 도로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전국에서 온 경찰차들로 매일 분주하다. 본격적으로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주말과 다음주 초에는 학교와 어린이집도 모두 닫기 때문에 우리는 이 동네를 잠시 벗어나 있기로 했다. 내가 만삭이라 어디 멀리는 못가고 바로 옆동네로.. 그마저도 일단 내일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발제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