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enkirchener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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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달이 지났다. 

그간 한국도 다녀왔고, 아이도 건강해졌고, 어머님도 회복하셨고, 모두들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 

한국은 바빴고, 기대도 안하고 좀 포기하고 있었던 자리에서 세미나 제안을 해주셔서 한국에 있는 동안 그거 준비하느라 사실 제대로 뭘 놀지는 못했다. 처음 일주일은 어머님 건강을 살피느라 많이 못 다니다가 이제 좀 다녀볼까 생각했을 때 연락을 받았다. 반갑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오빠가 애를 내내 잘 맡아주고, 친정에서 주말에 애를 맡아서 몇 시간씩 시간을 내주신 덕분에 어째저째 잘 끝냈다. 휴. 이제는 결과만 기다리는 중.

 

한달이 지났는데, 엄청 뭔가 많이 달라진 기분이다. 나 스스로가 그렇고, 주변이 그렇다. 

일단 그렇게 구체적으로 깊은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세미나까지 하게 되면서 조금은 구체화?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물론 이러다 안될 수도 있고, 그럴 확률이 지금으로서는 더 높지만.. 

여기는 완연한 봄이 됐고, 사람들은 더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우리팀은 그새 인터뷰를 많이 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예정이다. 나도 그 인터뷰에 참여했었고.. 아이는 이제 놀라울 정도로 한국말을 잘 하고, 물론 아직 어린이집 갈 때 마다 울지만 가서는 금방 잘 논다는 걸 아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임신은 이제 3분기에 접어들어서 검사도 좀 많아지고 촘촘해 지고 있다. 한번만 한달 텀으로 더 간다음에는 2주 텀으로 간다니까.. 진짜 출산 임박 느낌이다. 큰일이다..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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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가 자주 짜증을 부리고 어린이집 등원도 싫어하고 아빠랑만 놀고 싶어 한다. 

저번주에 수족구가 있었고, 이번주에 장염이 있었어서 계속 몸이 안좋아서 그런가 싶다가도 동생이 생겨서 그러는건가 동생을 이제 너무 의식해 버려서 그러는 건가 싶어 짠하기도 하다. 기분이 좋아보이다가도 다운돼 보이고,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아이의 마음..  뭔가 적응?한다고 동생 얘기를 종종 꺼냈었는데 이제는 꺼내지 않고 있다. 그래 뭐 닥치면 너도 알겠지..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도 같고. 종종 스스로 애기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짜증을 많이 내고 안한다고 하는게 대부분인데, 이런 경험이 없었던 터라 우리 부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이게 발달의 한 과정이겠지 싶어 그냥 가다가도 혹시 정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머님 수술은 잘 끝났다고 연락을 받았다. 마취 풀리는게 오래 걸리네.. 생각했는데 다행히 오늘 어머님 일반병실 옮기셔서 짧게나마 비디오 통화도 하고, 얼굴 볼 수 있어서 안심했다. 어제 금요일 수술을 앞두고 오빠랑 나랑 둘다 목요일 내내 약간 긴장한 채로 말없이 하루종일 보냈고, 그래서 인지 하루종일 실수도 많고, 기분도 오락가락 하고 그랬다. 금요일은 내가 일이 많았어서 정신 없는 와중에 머리속 한켠에 연락이 언제오려나... 내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오빠가 진짜 힘들 때 자다가 잠꼬대를 할 때가 있는데 한국시간으로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목요일 밤/금요일 새벽에는 우리 둘이 두 손을 꼭 잡고 잠을 잤다. 제발.. 제발.. 하면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종양이 악성으로 보이지 않고, 어머님도 잘 깨어나신 것 같아 정말 큰 안심이다. 매번 큰 산을 넘고 계신 어머님.. 오래오래 사실거에요. 걱정마세요. 

 

어제는 우리팀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할 새 사람을 뽑는데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내가 반대편에서 면접을 본 건 처음이었고, 평가 받는 입장이 아니라 평가하는 반대편에 앉아있다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이제 뭔가 좀 더 시니어?가 된 느낌이 있었고, 책임감도 들고,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학교교육 처럼 연차가 올라간다고 다 실력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분발해야한다는 압박도 좀 있었다. 어제 밤에는 왜인지 뭔가 엄청 나보다 한참 시니어 인 분들 면접의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가서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꿈을 꿨다. 얼른 깨버리고 싶다. 

 

한국 갈 날이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피씨알의 관문을 잘 통과하고, 나랑 애기랑 표를 따로따로 끊었던 것이 잘 정리 되어서 비행기에 안착하기만 하면 된다. 피씨알 받고, 온라인 체크인 하고, 큐알 등록하고, 공항에 가는 이 과정만 남아있다. (아 그 전에 세무서 파일 업로드 꼭!) 냉장고 정리 때문에 장보는데, 요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고 (어떻게 하면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다 처리 하면서, 부족한 것만 조금씩 장을 볼 수 있을 까), 애가 짜증이 많고 힘들어해서 애랑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인데, 내가 때때로 초조한 것이 문제다. 논문의 초안을 다 작성해서 보내고 가려고 했는데, 핑계라면 핑계지만 애가 아파서 일에 지장이 많이 생겼지만.. 애가 안아팠으면 이걸 끝냈을 까 의심스럽긴하다. 여러가지 실망스럽다. 나에게. 

 

큰 기대를 안고 지원했던 자리는 최근에 없어졌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지만 왜인지 마음이 허전하고 그렇다. 기대를 많이 했어서 그랬는지.. 아직 더 해봐야 하는구나.. 언제 우리는 두발을 땅에 딱 붙이고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까. 우리말보다 여기 말을 더 많이 하는 아이를 보면 초조해 진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여기 말을 잘 못해서 어린이집이 더 힘든건 아닌가 걱정도 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니.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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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는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서 어린이집을 반밖에 못갔는데, 바로 장염에 걸려서 등원하고 돌아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 어쩐지 주말에 토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했는데 다행히 애가 탈수가 있거나 쳐지는 상태는 아니었고, 못 먹어도 조금씩은 먹고, 물도 마시는 상황이라 안심했는데, 토가 멈추고 별 일 없길래 어린이집에 갔더니, 그 후 하루 이틀 후에 설사가 시작됐다. 아마 바이러스 인지 뭔지가 위에 있다가 내려가서 장에 가 있나보다. 오늘 등원 30분 만에 전화가 와서 애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 데려가 달라고 연락을 받았고, 오늘이 한국 입국 전 유일한 나의 풀 워킹 데이라 나도 멘붕, 남편도 멘붕이었지만, 애는 데려와서 이참에 병원에도 가고 그럭저럭 시간이 또 갔다. 휴.

 

이제 입국까지 딱 일주일 남았다. 

그 전까지 해야할일을 현실적으로 다시 따져보자.. 

행정 및 집안일: 애기 여권 연장 (하루만에 됨), 압박타이즈 찾기 (전화문의), 세무서 연말결산 파일 올리기 (관련 서류 사무실에서 가져오기), 백신 맞기 (나, 코로나 3차), 남편 약 처방 받기, 큐-코드 입력, 피씨알, 애기 백신 접종 (진드기 예방), 옆집 부활절 선물 챙기기, 라이프지히 친구 선물 보내기, 

일 일정: 디스커션 다 못써도 결과까지 다 정리해서 보내기 (월요일밤? 화요일 아침 이메일 목표), 면접 대상자들 질문 만들기 (금 인터뷰), 시애틀 원고 한번 보기 (화요일 아침) 

수요일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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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국을 일주일 앞두고, 어머님 몸에서 종양이 발견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늘 아이 등원 30분 만에 픽업 후 상태라 오빠랑 나랑 다 멘붕이었는데, 형님께 전화하고 차근히 상황을 듣고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구나 일단 안심했다. 아직 악성인지 양성인지 파악이 안됐고, 다른곳에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뭔가 건드리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태 였는지, 애기 두끼 해서 먹이고 저녁에 드디어 미역국에 밥 말아 잘 먹는걸 보고 안심하는 마음 (첫끼는 안 먹음) + 남편의 식전 기도 (우리 아이 밥 잘 먹고 장염이 얼른 낫게 해주세요, 한국에서 검사 받고 응급수술 하실 할머니를 도와주세요, 혼자 계실 아버님과 혼자 바삐 움직여야 할 누나도 살펴주시고, 뱃속에 새싹이도 건강히 살펴주세요)에 눈물이 터져서 질질 울다가 애가 엄마 운다고 토닥토닥해주고, 나보다 남편은 또 얼마나 힘들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냉큼 눈물을 거두었다.  다행히 우리가 한국에 갈 일정이 잡혀 있어서 한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도, 우리에게도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얘네가 금방 오는구나.. 조금만 참아보자. 다들 이런 마음이신 듯 하다. 이번에 가서 저번처럼 신나게 놀지 못해도 가족들 옆에서 아들 운전기사 노릇도 하고, 며느리 밥도 드셔보시고 하셔야 할텐데 (내가 솜씨가 없어서 걱정..), 애기 재롱도 보시고... 이번 한국 여행은 어떤 분위기 이려나.. 그래도 다음주에 모든 일정이 다 마무리 되고, 피씨알도 잘 받아서 한국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